비상계엄 후폭풍 혼란 정국 끝낼 해법은? …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의해서만 유일한 해결책 있어 (창 2:15-17, 눅 4:6, 롬 6:23, 벧후 2:19)
멀쩡하던 대한민국, 견고한 민주주의와 기적적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우러름을 받던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이유로 말한 ‘국정 마비’, 탄핵 오남용, 예산안의 자의적 삭감 등 민주당의 행위에 대해 군사적 필요성으로 제압할 수는 없다. 또한 계엄 선포를 법에 정한 대로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고 대신 군대를 투입해 국회 권한을 강제 제한하려 했다.
1987년 현행 헌법은 계엄 해제 권한 등을 위해 국회를 계엄의 ‘성역’으로 보장하고 있다. 과거 군사 정권의 비상계엄령으로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킨 경험을 반영해 대통령의 계엄령 권한에 대한 통제 수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12.3 비상계엄은 위헌·위법 혐의를 피할 수 없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어떻게 쌓아올린 국격인데, 하루아침에 한국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아주 천만다행인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후 2시간 30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안 의결로 비상계엄이 무력화된 점이다.
의원들은 한밤중에 경찰 바리케이트를 피해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출석해 190명 재석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결정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었다면, 그래서 군대가 국회를 장악하고 국회 의결이 무산되거나 정치인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우리나라는 위험한 상황으로 급전락했을 수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는 없다. 이제는 혼란을 최소화하며 조속히 매듭짓는 일이 최대 관건이다. 계엄 후폭풍을 조기에 끝내지 못하고 혼란 정국이 계속되면 놀란 것을 넘어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 추락과 안보 공백이 어떤 상황으로 번질지 알 수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극히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8일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향해 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명명한 것 자체가 얼마나 작금의 상황이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은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규정했다. 역시 윤 대통령을 입건한 경찰은 “검찰과 합동수사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경찰대로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이번 사건을 자신들에게 이첩하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9일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이다. 헌법상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형사 소추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향해 수사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금 식물 대통령이 되었다. 국가 기능 마비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7일 탄핵 표결 직전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임기를 2년 5개월을 남긴 대통령이 여당에 법이 정하지 않은 권한을 넘긴 것 또한 초유의 일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대다수 여당 의원의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다음날인 8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현재의 정국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정 공백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이 협력해 책임총리제처럼 국정을 운영하여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 즉 혼란을 최소화하며 ‘하야’를 성사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법을 벗어난 방법이라는 논란이 크다. 이날 한덕수 총리도 “한미, 한미일, 그리고 우리의 우방과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전 내각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상 대통령이 ‘궐위’나 ‘사고’ 상태가 아닌 이상 총리가 국정운영을 대리할 수 없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헌법 71조에는 ‘대통령이 궐위 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통치권을 사실상 총리에게 이양하는 식의 수습책은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킬 뿐이다.
이에 대한 국내외의 시선이 곱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과도적 권력 행사 구상을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담화 이후 한국의 통치체제는 실질적으로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현재 윤 대통령은 내란수괴 피의자로 출국금지까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고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법상 군통수권을 유지하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금지로 한국의 정치적 기능장애가 심화했다”며 “윤 대통령의 짧았던 계엄 이후 한국은 리더십 공백으로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야당은 14일 2차 탄핵을 예고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대통령 탄핵을 무한 반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계엄 사태에만 일반특검법과 상설특검법, 국정조사의 3중 압박으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은 헌법상 탄핵에 의해서나 긴급체포·구속에 의해서나 대통령 직무정지를 시켜야 한다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기관들이 제각각 나선 중복 수사, 야당의 특검에 의한 또다른 수사의 중첩 예고, 시민사회를 비롯 비등하는 하야 촉구, 야당의 탄핵소추, 여당의 질서있는 퇴진, 개헌논의까지 정국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돈 상태이다. 지금 같은 혼돈 상태와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은 최악의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정국 불안정을 확대하므로 국가 경제와 안보, 향후 국가 경쟁력과 신인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벌써 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눈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비상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앞으로 할부로 치러야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7일 “한국의 주식시장이 주요 기술 경쟁국인 대만에 더욱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많은 투자자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올 들어 한국 증시 코스피는 9% 하락한 반면, 대만 증시의 가권 지수는 30% 상승했다. 그 결과 대만 증시는 한국과의 시가총액 격차를 약 9500달러(약 1350조원) 넘게 벌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계엄 사태가 이러한 경향에 더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5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