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북핵 폐기만이 목표 되어야 … 핵동결로는 한반도 전쟁 위기 벗어날 수 없어 (잠 6:27, 28)
앞으로 남북미 간 합의를 다자의 틀로 확대하려면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4자 회담과 그동안 가동이 중단됐던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중국의 역할이 크다.
일본도 한반도 정세의 급반전에 불안감을 느끼며 북핵 대화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 비핵화 합의가 성사될 경우 합의 이행과 검증, 대북 경제지원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 구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러시아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6자회담의 틀과 지분을 활용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평화체제 구축에 관심이 크고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틀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만약 북미 대화로 이 사업에 영향을 주는 대북 제재가 풀리고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이 건설되면 이는 북한 한복판에 러시아의 주요 전략적 자산이 생기는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의 우산 아래 숨을 수 있는 만큼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보험’이 될 수 있어 러시아는 남북 모두에게 중요한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각자의 속셈이 다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주변국과 다자협상의 테이블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반부터 6자회담처럼 다자협상의 판을 벌이면 중국·러시아·일본 등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남북·북미 간 담판을 짓는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우선 양자정상회담으로 큰 방향성을 못 박고 이후 한반도 주변 당사국들까지 참여시키는 다자협상 채널을 열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양자회담(남북·북미) 이후 4자회담(남·북·미·중) 이나 6자회담(남·북·미·중·일·러)에서 비핵화와 더불어 이를 넘어서는 항구적 평화 문제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둘째, 협상 과정에서 대북압박을 늦춰선 안 되고, 최대 난제인 북한이 기보유한 핵무기 검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실 북한이 비핵화 대화 모드로 갑작스럽게 변화된 태도와 의도를 쉽게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과거의 북핵 협상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이미 완성했다고 선언한 이른바 ‘국가핵무력’ 폐기 문제까지 협상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이의 신고 및 검증 문제는 북핵 협상의 최대 관건이자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성명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핵 프로그램’이나 ‘미래의 핵’을 폐기하는데 초점이 이뤄졌음에도 합의 이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신고 및 검증 과정에서 번번이 진통을 겪으면서 이행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엔 과거 비핵화 협상 때와 달리 의혹이 가는 시설과 지역은 모두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포괄적 검증’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미 10~20개 정도 확보해 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찾기 어려운 장소에 숨겨 놓으면 핵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정치외교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의 만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9일 내놨다. “과거 국제사회의 핵 모니터링과 검증 요구를 별다른 이유도 대지 않고 거부해온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비핵화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미국이 영변 핵시설 이외 지역에 대한 사찰을 요구했을 때 군사시설이라며 거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 검증 원칙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도 “북한의 비핵화는 난제”라고 얘기한다. 미국 이론물리학자인 제러미 번스타인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앞서 핵무기를 포기한 남아공이나 리비아, 이란 등 다른 나라들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 수십 개를 만들었고, 원자로와 원심분리기 프로그램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핵의 규모와 정교함을 고려할 때 단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혹 북한과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대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치자. 그 이행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모르는 처지”라면서 “북한에 대해 무지한데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북한에게 협상과 이행은 별개였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켰던 로버트 갈루치는 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플루토늄 동결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었다.”며 북한의 속임수에 치를 떨었다. 북한은 2005년 역사적인 9·19 공동선언으로 NPT, IAEA 복귀를 약속해 놓고 1년 후 1차 핵실험을 했다. 김정은은 2012년 2·29 합의로 사전비핵화조치를 약속해 놓고 4월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해 한국을 속인 전례도 있다.
북한연구원 김해원 교수는 ‘북한식 협상의 전형’ 논문을 통해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일단 위기를 넘기면 합의기구를 깼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가장 겁나는 부분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해오는 동안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 유엔결의에 의한 비핵화 압박,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운영,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등 갖가지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코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김정은은 2012년 전략로케트군을 독립시킨 이후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까지 4차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탄두와 발사수단 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다. 이제 전과는 현격히 다른 ‘핵무력 완성’ 단계에 온 북한이 다시 대화를 언급하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 런민대 교수는 11일 “김정은의 목적은 부분적 핵 폐기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 교수는 북한이 협상에서 “장거리 핵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고 신형 핵탄도미사일 개발도 하지 않고 핵무기를 삭감하는 큰 양보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를 핵심으로 하는 핵 감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이런 핵 담판이 한미가 목표로 해온 “핵무기 포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스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이미 실전화 된 중거리핵탄도미사일에 매우 접근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무기고 안의 상당 부분의 핵무기를 꺼내 미국 한국과 거래하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현재 “김정은의 지위가 매우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한국은 회담이 계속 진행돼 어떤 것이라도 얻기를 갈망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 위협이 (대화를 수용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까지 완화하는 대가로 김정은이 핵무기고에서 핵무기를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같은 핵 감축을 통한 김정은의 목적은 “완전 핵 폐기가 아니라 부분 핵 폐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완전 핵 폐기를 논의했던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북한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지금 대화를 제시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위협을 피하려는 시간 벌기용이라는 시각이다. 우리는 북한이 시간을 벌고 협상 진행으로 부분 핵 폐기를 하면서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개발을 접는다고 합의한다면 미국의 생각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북미대화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과 철강 관세 폭탄 반대, 총기 규제 강화 등 여러 가지 비판적인 이슈로 벼랑 끝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미국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걷어낸다면 분위기 반전 뿐 아니라 오는 11월 중간 선거뿐 아니라 차기 미 대선의 승리를 위한 징검다리를 삼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이 점을 노려 미국에 줄건 주고 얻을 건 얻으려는 속셈이다. 그 결과로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이다. 스 교수는 “한미가 북한의 핵무기 동결을 받아들이면 한미의 대북 정책은 매우 크게 실패한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미는 조만간 사실상 김정은의 ‘핵을 감축한 핵보유 지위’를 묵인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만에 하나 북한이 의도한 대로 이것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미국은 안전하겠지만 한국은 북한의 직접적인 핵위협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일탄’으로 언급해 왔다. 연방제 통일 아니면 전쟁밖에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한다는 것은 미국의 견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 북핵 협상이 오히려 한국의 안보 위기를 키울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불을 품에 품고서야 어찌 그의 옷이 타지 아니하겠으며 사람이 숯불을 밟고서야 어찌 그의 발이 데지 아니하겠느냐(잠6:27, 28)”고 한 성경말씀대로 핵이 있고서야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핵물질·핵시설에 대한 정보 공개, 동결 및 사찰, 핵 폐기와 감시 체제 복귀 등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난한 과정 속에서 한국이 얻을 것보다 출혈이 더 많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보상을 통해 전쟁준비에 활용한다면 이 또한 한국에겐 독이 되는 셈이다.
만약 이 힘든 협상 과정을 통해서도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는 또 어떤가. 협상 과정에서 시간 벌기나 단계별 보상, 체제 안정 등 북한이 얻을 건 다 얻을 것이므로 북한으로서 손해 볼 건 없는 협상이다. 협상 실패 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도저히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때는 이미 늦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