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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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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힘 부딛히는 무대 돼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표면으로는 여기자 석방을 위한 것이지만 북·미 대화가 시작될 전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불과 지난달 23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이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핵포기란 있을 수 없다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물밑으로 북미 양자대화를 촉구해왔다.

북한이 미국과 세계를 향해 핵과 미사일로 공세를 멈추지 않던 태도에서 변한 것일까. 북한에게 지금 최우선 과제는 체제안정이다. 권력 세습을 완성해야 하는 북한은 그동안 극도의 위기 국면을 조성해 내부결속을 다져왔다. 핵무기와 미사일로 국가 안보를 지켜냈다고 주민들을 설득시키는데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다. 미국과 관련국에는 자신의 존재감과 핵문제의 위급성을 최대한 환기시켜왔다. 그러나 북한은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더이상 쓸 카드가 없다. 북한은 체제 안정의 토대로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점점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국면을 전환하고 경제 재건을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려고 한다. 미국이 제시한 포괄적 패키지에 경제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 그동안 북측이 주장해온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됐다는 점도 북한이 현재를 대화의 적기라고 판단한 이유가 됐다. 김정일은 이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종의 결단을 백악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에도 새 바람이 불수 있다.

클린턴의 방북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수면 위에 드러내준 일대 사건이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때조차 한국의 역할이 없다. 미국은 클린턴의 방북을 직전에 통보했을 뿐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한 남북관계로 인해 북·미 사이에서 사용할 지렛대가 없다는 점이다. 즉 북핵폐기나 북미 협상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기대할만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미국이 대북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의 대북 및 한반도 정책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와 한반도 문제를 함께 해결할 파트너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달 27~28일 개최된 미·중 두나라 최초의 ‘전략·경제대화(SAED)’는 G2시대가 시작됐음을 세계에 공식화했다. 21세기초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세계 역학 구도의 반영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 대표단 150여명 앞에서 “미·중 관계가 21세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이 이렇게 빨리 G2 반열에 오르리라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은 스스로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두 나라가 세계의 신 질서를 짠다. 한반도 운명도 결판 낸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변수엔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일 사후에 닥칠 위기는 물론 북한이 후계 세습에 성공한다 해도 북한 독재체제의 태생적 한계인 개혁개방 문제에 봉착하게 돼있다. 개혁개방이 실패하거나 실현되는 두 경우 모두 경제난 또는 외부물결 유입에 의한 내란, 권력투쟁 등으로 급변사태 가능성이 예견된다. 그러나 급변사태시 남한으로 흡수통일되리라는 기대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도외시한 순진한 발상이다. 절대적 대북 영향력을 갖고, ‘두개의 조선’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미·중 간 밀약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물질의 안전한 확보 및 제거를 보장받는 대신 친중정부 수립을 인정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핵무장한 북한보다 핵 없는 친중 정권이 낫다. 이렇게 되면 남북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또한 우리가 항상 간과하는 것은 엄연한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의사결정권이다. 현재대로라면 북한이 한국과 중국중 누구 편에 설지는 자명하다. 다른 가능성은 급변사태시 북한문제를 UN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갈 경우다. UN 안보리엔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 버티고 있다. 자신들의 국익에 맞지 않는 어떤 변화도 거부할 수 있다. UN 안보리 15개국 중 과연 몇 나라가 중국을 등지고 대한민국의 편에 서줄까.

한반도 각축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북미 대화의 진전이나 G2 두 나라의 우월적인 북핵 관리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역시 통일 한국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세계의 신 질서에서 기존의 지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개를 만들 수 있는 플로토늄도 보유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 1주일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예비 핵보유국이다. 일본이 북핵은 물론 한국의 나로호 발사에 대해서도 ‘핵개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회 때마다 쟁점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핵보유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요동치고 있다. 김정일은 북미간 딜을 추진하며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를 두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를 실리로 여기므로 이를 위해서라면 한국에 불리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사이 중국과 일본은 동북아 패권을 놓고 각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칼날을 갈고 있다. 한반도의 앞날이 예측이 힘들어질수록, 한반도는 저마다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동북아 판도가 한 세기전 구한말과 비슷해졌다. 한세기전 미·일간 밀약에 따라 일본에 병탄되고, 불과 50년여년 전 한국을 따돌린 북·중·미 3자간 정전협정으로 팔다리가 잘린 분단국이 되었다. 지금도 미·중·일·러가 저마다의 명분으로 한국을 뺀 대북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야말로 주변 강대국들의 힘이 유형·무형으로 부딪히는 무대가 되고 있다.

통일은 민족의 소명이다. 광복절을 맞았지만 해방의 감격은 아직 반쪽에만 허락돼있다. 북한 동포는 혹독한 압제속에서 굶주림과 병마와 삶의 소망을 잃고 쓰러져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자기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려는 의지가 미약하다. 북핵은 북·미간 현안으로만 여긴다. 강 넌너 불구경이다. 대북정책은 북한 동족의 아픔은 잊은 채 이념 논리에만 매몰돼 경색돼 있다. 미국의 뒤만 쫓을뿐 민족 자결을 위한 북한 유도 전략은 없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맡기고 있다. 주변열강이 조국 강토를 넘봐도 뚜렸한 대책이 없다. 우리끼리 정쟁과 이념싸움에 여념이 없다.

늦기 전에 자주 민주 통일을 서둘러야 살길이 있다. 기회를 놓치면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세계 강국들이 한반도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쓰라린 운명을 또다시 맞을 수 있다. 한·미 동맹 못지않게 한·중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국가의 외교 역량을 모두 모아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 북미대화 진전을 통미봉남이라고 경계만 하지 말고 진정성있는 대북제의에 나서야 한다. 오늘날 요동치는 한반도에 남은 우리가 지금 역사의 주인으로 나서지 않으면 모두는 민족앞에 죄인이다. 무엇보다 한치앞을 알 수 없는 한반도 정세를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나라는 여호와의 것이요 여호와는 모든 나라의 주재심이로다”(시 22:28) 하나님을 의지하고, 평화를 심는 백성으로 열국이 알게 되기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다. “내가 그들과 화평의 언약을 세워서...내 성소가 영원토록 그들 가운데에 있으리니 내가 이스라엘을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을 열국이 알리라 하셨다 하라”(겔 37:2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