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평택시 공직자는 메르스 관리대상자와 해제자 등 1인당 8만여 원에 해당하는 생활필수품을 전달하고 위로했다.
국민이 협조할 때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 할 수 있어 …
하나님은 궁극적으로 백성 위해 구원 베풀기 원하셔 (골 2:15)
메르스 사태의 파장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휴업과 휴교에 들어간 유치원과 학교가 전국 2000여개교에 이르렀다. 지자체와 단체들의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국민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행락철 성수기를 준비했던 놀이동산과 관광지 등 여행업계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물론 식당 등 자영업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활동이 속속 정지되면서 우리 경제 안밖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내 관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최대 여행사 하나투어는 특수를 유지해줬던 중국인 관광객의 6월 예정됐던 관광 취소율이 35%에 달한다고 밝혔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정부 등은 자국민에게 당분간 한국의 모든 병원이나 아예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뜩이나 불황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달 감소율(10.9%)은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특히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각각 7.1%, 3.3% 줄어들었을 만큼 수출경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초엔저 충격이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흔들고 있다. 한국이 저성장에 시달리면서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0.8%로 나타나 일본 성장률보다도 0.2%포인트나 낮았다. 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엔저의 충격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 악재까지 터진 것이다. 내수 회복마저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1년여간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다시 우려스러운 상황에 빠지고 있다. 전염병이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로 입증된 바 있다. 2003년 사스 때 직전 분기까지 두 자릿수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9%로 급락했다. 홍콩도 성장률이 4분의 1 토막 났다. 우리나라의 이번 메르스발 소비 위축이 생산과 투자,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 우려했던 2%대 성장률 현실화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3곳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2%대까지 낮춰잡았다.
중동에 다녀 온 감염자 단 한명을 초기에 제대로 대응 못해 온 나라에 이런 폐해와 난리법석이 난 것이다. 이웃 중국은 메르스 대처를 어떻게 했을까. 중국은 메르스 의심환자 한국인 한명이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입국한 사실을 지난달 27일 밤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통보받자 마자 몇시간도 안된 28일 새벽2시에 지정병원에 격리한 뒤 언론에 알렸다. 구체적인 병원명을 공개하고 감염의심 한국인이 후이저우로 이동하는 동안 탔던 버스 시간과 번호판까지 공표해 국민의 협조를 구했다. 이런 노력끝에 중국은 일주일 만인 지난 4일 밀접 접촉자 78명을 모두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관련 없는 중국의 주민들은 안심했고, 공포가 확산되거나 인터넷을 통해 괴담이 퍼질 필요도 없었다. 그 후 이 한국인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사전에 대응조치를 완벽히 마무리해 중국에서의 메르스 사태는 감염자 1명에서 진정됐다.
한국은 그 반대였다. 공포 확산을 차단한다며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공포는 더 커졌고 온갖 소문들이 난무하자 괴담 유포자를 처벌한다며 소문 차단에 또 열을 냈다. 그렇다고 전염병 차단을 잘했나. 메르스 대응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기대응은 물론 2기 감염원이 된 삼성서울병원에서 37명에게 감염시킨 수퍼 전파자가 입원한지 3일 동안이나 보건당국은 감염 의심자임을 의료진에게조차 알리지 않아 900여명이 메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만들었다. 당국은 삼성병원을 거쳐간 한 환자의 경우 통화가 안된다는 이유로 열흘 동안이나 방치해 또 수백명이 메르스에 노출되게 했다. 이런식으로 처음부터 나중까지 곳곳에서 어처구니없이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결국은 전국을 메르스 공포로 들끓게 만들었고, 한국은 졸지에 세계 2위의 메르스 대국이 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을 뜻하는 메르스에서 한국호흡기중후군이란 뜻의 코르스로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행정력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가진 정부가 무능하면 어떤 막대한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1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너무도 참담하게 경험했다. 또다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지금은 똑똑한 몇사람에 의지하던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는 국민을 관리 대상으로만 보는 시대착오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권위와 독선의 산물인 비밀주의는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일 뿐이다. 무지한 백성이 우왕좌왕해 사회에 혼란이 일어날 것을 걱정했다면 더 큰 오산이다. 만에 하나 재벌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꺼렸다면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의 존재 이유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생사를 결정할 정말 필요한 정보가 어처구니없이 차단되자 국민들이 나섰다. 발병 환자와 병원들을 추적하고, 예방법을 찾고, 병원 리스트와 환자의 신상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으로 열심히 전파했다. 그러면서 당부를 잊지 않았다. “도저히 정부를 믿지 못하겠으니 우리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요. 병원 확인하시고, 다들 마스크 쓰고 외출하시고, 씻지 않은 손은 입에 대지 마세요” 이것이 국민의 마음이었다.
이 마음을 먼저 읽은 지자체가 또 나섰다. 성남시장, 부천시장, 충남 도시사, 서울시장 등 환자 정보와 이동 동선 등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못내 아쉬운 것은 우리 정부가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이같은 여론에 떠밀려 막바지에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대처 모습은 불신을 가라앉히지 못하게 했다. 병원명과 위치를 틀리게 발표하고, 환자수 통계도 엉터리로 발표했다. 정부가 컨트롤 타워로서 제대로 역할하려면 처음부터 국민의 협조를 얻었어야 했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을 믿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주인공은 언제나 국민이었다. 나라가 왜적에게 풍전등화에 놓이고 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탈출해도 우리 국민은 치마에 돌을 싸들고 날라 적을 물리쳤다.
친일 권력자들이 일제에 나라를 팔아도 국민은 가산을 다 팔고 목숨을 내놓으며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정부의 방만 재정이 외환위기를 초래해도 국민은 돌반지까지 내놓는 금모으기로 똘똘 뭉쳐 최단기간에 극복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지금도 국민은 애국하는 일에 정부보다 지혜롭고 현명하며, 위기가 닥칠 때 나라를 살려낼 이 나라의 주인이다.
정부가 국민을 통제 대상으로 보지 말고 국민 앞에 모든 상황을 솔직히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이유다. 성경은 악의 영들과 동급으로 백성을 잘못 인도하는 권세들과 싸울 명분에 대해 말한다.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하나님의 역사 역시 궁극적으로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닌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이뤄진다.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골 2:15) 메르스 뿐 아니라 앞으로 당도할 수많은 위기와 과제를 슬기롭게 헤쳐가는 해법은 권위주의가 아닌 평등사상에 있다. 투명하게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고 국민과 함께 힘을 합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앞으로 더 큰 난관을 위해 경고하고 준비시키고 계신다. 정부가 할 일은 정보와 도구와 임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닌 국민과 공유하고 적절히 배분하고 협력을 구하는 것이다. 국민 역시 나만 살려는 태도를 버리고 나라를 위해 각자의 짐을 지고 잘못에 대해선 능동적으로 정부를 바꾸어야 한다.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2) 그럴 때 정부의 무능과 부조리와 온갖 병폐를 말소하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민이 똘똘 뭉쳐 국가의 역량을 모아 앞으로 닥칠 거대한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