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구분하고, 정치적으로 확대재생산하면 안 돼 …
아직 냉전의 아픔과 소모적 갈등 겪는 우리나라 위해 기도할 때 (사 14:20)
연말부터 새해를 관통하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이어 올해 1월 22일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 등 7명의 상고에서 내란음모를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통진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며,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이 왜 달랐던 것일까. 대법원은 이에 대해 “헌재 심판과 대법원 판결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며 “법원은 형사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헌재는 유무죄가 아니라 위헌적 행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어서 양쪽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이 충돌한다는 해석에 대해 경계했다. 즉 헌재는 제출된 자료 대부분이 증거로 채택되는 민사소송 절차를 따랐고, 대법원은 제출된 자료가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따진후 증거로 채택하는 형사소송 절차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역사성이라는 차원에서 볼때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은 충분히 사법사의 한 페이지가 될 사건이었다. 헌재의 판결은 진보적 사회 활동과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의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이 구분돼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일깨운 판결이었다. 즉, 통진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의 출현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내란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즉, 대법원은 내란선동은 ‘유죄’,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하므로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던 내란죄에 대한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형법상 내란음모죄에 대해 피고인들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지하혁명 조직 RO의 대해서도 엄격한 해석으로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는 대법원의 말대로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 석연치 않더라도 검사의 증명이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이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 전원합의체이기 때문에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란음모는 4:9로 ‘무죄’였던 반면, 내란선동은 10:3으로 ‘유죄’가 됐다. 재판부가 압도적으로 인정한 내란선동 혐의는 1심부터 상고심까지 판단이 일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전쟁이 발발할 것을 예상하고 참석자들에게 남한 혁명을 책임지는 세력으로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구체적 실행 행위를 촉구했다며 형법상 내란선동 혐의 등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이는 내란 음모가 무죄라고 해서 내란선동 등 다른 혐의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위와 같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우리사회의 ‘종북 논란’과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우선 ‘종북’의 뜻이 무엇일까. 종북이란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와서부터다. 진보계열의 민노당 내에서 친북세력과 구분하기 위해 쓰던 것이 지금은 보수진영과 여당이 야권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말이 됐다. 대체로 친북세력이라고 하면 북한과 친해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종북, 즉 북한 조선노동당 추종세력을 모두 포괄해 쓰인다. 결국 종북은 북한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는 ‘간첩’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친북 중에서도 북한 노선을 추종하는 골수세력을 따로 떼어 일컫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종북세력은 그 실체가 있는 것일까. 부정하는 인사들도 많이 있지만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과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조영환 대표는 채널A 방송에 나와 “민언련에 종북 핵심인사들이 있고, 이들이 민언련을 ‘종북의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말했었다. 재판부는 “민언련의 활동 가운데 결과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이익이 되거나 그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인물이나 단체의 이념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범주 안에 있다는 판시였다. 재판부는 “국내 종북세력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며 종북의 실체를 인정한 전제하에 이같이 판단한 것이다.
이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보면 종북의 실체는 더 명확하다.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한 이석기 의원이 불렀다는 “민중의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는 내용의 적기가는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혁명 가요이자 6.25전쟁 당시 인민군 군가다. “미제 맞서 분노의 심장을 달구자”는 내용의 혁명동지가도 있다. 확정된 항소심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이 국헌문란과 폭동의 목적으로 내란을 선동했으며, 이 전 의원을 정점으로 구체적인 위계질서를 갖춘 특정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RO’에 관한 제보자의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씨가 지난해 10월21일 공개변론에서, 통진당에 몸담고 있던 핵심 당직자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이 과거 민혁당과 그 산하 RO조직원이었다고 증언한바 있다. 다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RO’ 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통진당 핵심당원 전식렬씨에 대해 원심의 4년보다 가중된 5년 징역형을 선고하며 “전씨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1년부터 구속 전까지 2년간 통진당 내부 상황을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225국 소속 공작원에게 수시로 보고한 혐의도 받았다. 과거 전대협과 NL계 학생운동의 대표주자였던 하태경의원도 ”학생운동때 그 핵심에는 종북적 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증언한다.
이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일련의 판결은 우리 사회가 분명한 지침을 갖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첫째, 이제부턴 진보와 종북이 섞여 쓰이거나 동일시되어선 안 된다. 이제는 무분별한 ‘종북’논란과 정치적 이용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으로부터 우리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 보수세력과 여권은 급진좌파나 진보층을 걸핏하면 종북세력으로 모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종북이란 울타리에 가두므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를 후퇴시켜선 안 된다. 사실 진보세력조차 자신들을 종북과 구분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정치세력인 야권은 자신들만이 민주주의의 투사인 양하며 종북의 실체를 알면서도 여권을 공격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북주의 폭력혁명세력을 마냥 감싸는 듯 한 행위를 보여 왔다. 제발 이제는 정치권부터 국민 갈등을 부추기기만 할 뿐인 무분별한 색깔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의 본질을 정확히 인정하고, 종북과 진보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거국적 담론이 형성되도록 밝은 하늘 아래로 나와야 한다.
둘째, 무엇보다 우리사회 목전에 당도한 종북주의의 위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석기 전 의원은 징역 9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직후 “사법정의는 죽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이는 법정 안팎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위로하는 동지와 추종세력이 이 사회에 많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 등은 당시 회합 참석자들에게 전쟁 발발을 예상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구체적 행동을 촉구했음이 재판결과 확인됐다. 내란음모죄는 성립이 안됐다 해도 내란음모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이다. 통진당 부정경선 파동 때 보았듯이 이들은 지금도 목표 실현을 위해 수단의 비절차성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남한에서 폭력혁명의 그날을 꿈꾸는 이유도, 세계가 알고 있는 북한정권의 폭정과 인권탄압을 눈감고 있는 이유도 같다. 문제는 앞으로다. 편안할 때는 문제가 수면아래 있지만, 사회가 혼란스러워질수록 특히, 북핵 위협이 가시화되고 전쟁 발발 위협이 커질수록 북한 추종세력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한국이 핵멱살을 잡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되면 통진당 사례가 보여주었듯이 잠재돼 있던 종북세력들이 구체적으로 그 날에 대비할 수도 있다. 우리는 6.25전쟁 발발시 인민군의 수족이 돼 밀고와 양민학살에 나섰던 사람들을 수없이 경험한바 있다.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 불만이 켜켜이 쌓여가는 지금은 그때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은 남남갈등을 고조시켜 전쟁 발발시 내란을 통해 최대한 힘을 덜 들이는 무력통일을 꾀하는 중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민족에 주어진 지상과제는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마치 해방직후 상황처럼 색깔이 덧입혀진 채 거대한 이념 전쟁장화 된 오늘의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소모적인 싸움은 얻기는커녕 나라를 망하게 할 뿐이다. “너희가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고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나니 너희가 다투고 싸우는도다”(약 4:1,2) 종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므로 진정한 종북세력이 발붙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성경은 유물사관 공산주의가 한결같이 망했던 이유를 말하고 있다. “네가 네 땅을 망하게 하였고 네 백성을 죽였으므로 그들과 함께 안장되지 못하나니 악을 행하는 자들의 후손은 영원히 이름이 불려지지 아니하리로다”(사 14:20) 오늘날 종북주의를 통해 흘러드는 공산주의의 망령이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날이 속히 오도록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아직 냉전의 아픔과 색깔론 속에 헤매며 소모적 갈등에 휩싸여 있는 한국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