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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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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난민 사태 중대 기로에

유럽 난민 사태 중대 기로에 관련 기존 복음신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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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가가 같이 풀어야 할 인류적 도전 …

예수님의 가르침만이 인류에 희망 줄 수 있어 (눅 10: 36, 37)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로 역사적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25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내무·법무장관 회의는 EU 외부 국경의 통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 외부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은 서류 심사 등을 통해 공공질서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만 입국이 허용된다.

서유럽행 난민의 주요 이동 경로인 ‘발칸 루트’도 하루 500명으로 통행을 제한한다고 26일 세르비아 내무장관이 밝혔다.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 발칸 9개국이 난민 유입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오는 3월 7일엔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기 위한 EU-터키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미 터키에는 유럽행을 시도하려는 시리아 난민 200만 명이 들어와 있다.

아브라모폴리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EU-터키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EU 이민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며 “7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이민국은 터키로부터 유입되는 난민을 현저하게 줄이지 못하면 EU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한 솅겐 조약 체제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밀려드는 난민으로 유럽의 교통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됐다. 난민들이 거주하는 임시 피난처도 유럽 국가들의 국경 지대도 난민등록센터도 마찬가지다. 난민이 유럽에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기본 규칙도 깨졌다. 솅겐 조약이 폐기되면 향후 10년간 1100억 유로(146조34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인적 자원 교류나 화물 수송 등에도 부작용이 생겨 전체 무역 거래량에 영향을 주고 관광객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미 EU는 난민 사태로 솅겐 조약이 흔들리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일부 EU 가입국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6개월간 일시적으로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한해 유입된 난민만 약 110만 명에 달하면서 더 이상 난민을 받아들일 물리적 공간이 부족한 상황을 맞았다. 독일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추방하기 쉽도록 범죄난민추방법을 제정했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다. 스웨덴 이민국은 2013년에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영구거주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스웨덴은 지난해 유입 난민 수 16만3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8만 명의 난민을 추방하기로 했다. 가장 관대하게 난민을 받아들였던 독일과 스웨덴조차 난민추방정책과 국경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으니 다른 유럽국은 말할 것도 없다. 반 난민 정서가 유럽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해 입국한 3만2000명 가운데 2만 명을 송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오스트리아는 ‘안전국가’ 정책을 발표했다. ‘안전국가’ 명단에 속한 국가 출신들은 앞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덴마크에 이어 노르웨이마저 난민 신청자의 재산을 강제로 몰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르웨이의 우익 정당인 진보당은 난민이 일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사회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한다. 특히 IS의 파리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중동 난민에 대한 반감은 더욱 깊어지고 인종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시리아나 이라크 난민의 입장에선 자국에서 IS를 피해 도망왔더니 이제 해외에서 IS로 의심받는 억울한 상황이다.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아예 난민 신청을 거부하고 들어온 난민들조차 밀어내고 있다. 헝가리는 국경에 장장 175㎞의 레이저 철조망까지 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은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만큼 그들을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책임을 떠넘기는 이같은 행동은 유럽 국가들이 난민 분담으로 해법을 찾으려던 노력을 꼬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탈리아, 그리스에서 유입되는 난민 16만명을 재배치하는 EU 계획에도 불구 단 800명만이 재배치된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난민 사태는 이제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유럽의 공통과제임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가 나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난민에 대한 거부감도 상상 이상으로 난폭한 비난의 대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공화당이 집권하는 주들은 그 소수의 난민조차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 등은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며 심지어 이미 입국한 난민도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 문제에서 멀리 있을 것 같은 우리나라도 난민과 이슬람 때리기는 심각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심각한 수준의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어지는 내전과 군사독재로 전쟁과 가난, 박해를 피해 생명을 걸고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슬라보예 지젝은 서방 국가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지정학적 국제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 침탈이 오늘과 같은 유럽의 난민 재난을 불러 왔다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삶의 터전이 척박해지면서 내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이다.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던 난민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다양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지역에는 난민을 고문하여 돈을 뜯어내는 비지니스까지 성행하고 있다. 난민들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루트는 지브롤터 해협이나 지중해 등 주로 해상을 이용하는데,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 위치한 에게해는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에게 핵심 경로이다.

난민들에게 수천달러를 받고 이들을 날라 주는 밀입국 브로커들은 난민선을 고의로 고장내 침몰시키기도 한다. 헐값의 불량 퇴역 선박이 이용되고 불량 구명조끼로 죽음으로 이르는 피난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란의 죽음은 유럽 난민 문제의 심각성를 지구촌 문제로 알린 계기가 됐다. 시리아 태생인 쿠르디는 형과 엄마 아빠를 따라 나섰다가 터키 휴양지인 보드룸 해변에 엎드려 누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오지만 아이란은 차가운 바닷물을 맞으며 엎드려 꼼짝하지 않았다. 구명조끼 하나 걸치지 않은 채였다. 아기의 엄마와 다섯 살짜리 형의 시신도 근처에서 발견됐다. 보트가 뒤집히고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아빠는 두 아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물 밖으로 밀어 올렸다. 아이란은 “아빠, 제발 죽지 말아요.”라는 마지막 절규를 유언처럼 남긴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도 어린이 익사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를 건너다가 최근 5개월간 330명의 어린이가 익사했다고 밝혔다. 유럽에 들어와도 착취, 학대, 인신매매 같은 위험이 도사린다. 유럽의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어른을 따라와 등록한 난민 어린이 1만 명 이상이 행적을 알 수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직 생명 유지를 위해 탈출하는 난민들을 이 지경으로 방치하는 것은 오늘날 문명 세계를 이루었다는 지구촌 국가의 양심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제법은 각국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난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지만 유럽 난민 사태는 국제 규범과 도덕적 양심마저 저버리게 만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국 안에서 죽어가는 난민을 자국 사정을 내세워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죽음의 행렬을 방관하는 것은 인간성에 반하는 몰지성이다. 유럽 언론이 “유럽의 익사”(스페인 엘문도)이자 “전 세계가 침묵한 결과”(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라고 비판한 이유를 뼈저리게 자성할 때이다. 난민의 보호와 수용은 세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유럽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도 난민들에 대한 원천 봉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한 태도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모든 국가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뿐 아니라 그들에게 품위 있는 생존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각국은 자신들의 규칙과 제도를 새로운 정착민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 중 대다수는 교육을 잘 받았고 새로운 장소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동기도 강한 편이다. 이번에 직면한 역사적 도전 과제는 유럽이 진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난민 문제를 푸는 것은 유럽에 중장기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럽에서는 일할 수 있는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유럽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 난민 정책은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벤츠를 비롯한 몇몇 기업과 독일 정부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난민을 수용하는 것이 유럽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다. 난민 문제를 미래의 기회로 활용해서 유럽의 개혁과 부활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난민 사태와 같은 큰 위기는 늘 공동체 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인류의 스승이자 구원주이신 예수님도 실상 난민이었다. 요셉과 마리아가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가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낳은 분이 예수님이시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정신과 가르침은 세계를 개혁하는 밑거름이 됐다. 인내와 이해, 관용과 사랑의 예수님의 정신이 오늘날 가장 요긴한 사회적 자본으로 다시 인식돼야 할 때이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약 3:17)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좇으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영생을 취하라”(딤전 6:11,12) 나 자신을 성찰하고, 나를 넘어 세계를 같은 사랑으로 품는 마음의 성숙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너희가 만일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칭찬 받을 것이 무엇이뇨”(눅 6:32) 난민문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사회의 과제이자,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중대한 과제이다. 지금 인류는 예수님이 강조한 선한 사마리아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눅 10: 3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