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사법독립 위협 때와 유사” …
모든 권세는 자기 이익 아닌 국민 위해 사용되야 (단 2:21, 잠 8:15-16, 마 20:25-28)
대법원 판결을 ‘내란’으로 규정한 이재명 후보는 또 “지금도 내란은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혹은 조작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도 “국민의힘 후보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이 후보가 지칭한 거대 기득권은 사법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결을 조작하고 국민을 지배하고 내란을 벌이는 세력이라는 뜻이 된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린 사법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자신의 위법에 대해 부정하는 것을 넘어 위법이라는 판단마저 못하게 하는 법 위의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는 것이 문제다. 국민의 환심을 사는 말들과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잡는다 해도 이 같은 독재적 성향은 지금껏 쌓아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 집권하기 전임에도 벌써부터 보여지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법부와 우리나라 사법 체제가 한 정당에 의해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대법원에 대해 “기록 6만 쪽을 안 읽은 졸속 심리를 했다”는 것은 대법원이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인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대법원 상고심 절차는 법리적 쟁점에 집중하는 법률심으로, 기본적으로 사실심의 사실관계 인정에 기속된다. 즉, 이 사건은 1심과 원심의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관련 발언에 대해서 누구도 다툼이 없는 사건으로 6만 쪽에 달하는 1·2심 소송기록을 다 볼 필요가 없다. 이번 사건도 제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을 파악하고 심층적 추가 검토와 대법관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판결한 것이다.
법조에서도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충분한 심리를 했을 것이란 의견이다. 대법원도 “신속한 심리를 위해 충실한 심리를 희생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피고인인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후보 자격에 관한 중대한 사건이므로 대선 전에 신속한 판단이 필요했다. 선거법이 다른 혐의 재판엔 없는 6·3·3(1심 6개월, 2·3심 3개월 내 판결) 원칙을 명문화해 적용하는 취지도 자격 없는 후보를 선거 이전에 신속히 가려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두 차례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등 지연 전략을 폈고, 제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약 2년 2개월, 제2심은 약 4개월 후에 판결을 선고했다. 이 같은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해소를 위해 중립적이면서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법관 사이에 형성되 신속히 판결한 것인데, 민주당은 대법원이 빨리 판결한 것을 “위법적 정치 개입” “3차 내란” “사법 쿠데타”로 몬 것이다.
그러나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대통령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킨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파기환송을 빌미로 아예 법원 심판 체제를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이다. 민주당은 14일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에 이어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법안 1소위에 회부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1인당 사건처리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법을 뜯어고치려고 한다”며 “2004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20명이었던 대법관을 32명으로 늘린 다음 자신의 지지자로 빈자리를 채웠다”고 사례를 들어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사위의 법안 검토보고서도 법관 수가 많아지면,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야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처럼 전원합의체가 있는 미국은 9명, 일본은 15명으로 모두 소수정예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법관 수가 많은 프랑스나 독일은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법관을 늘리면서 부서를 세분화하며 발전해 왔고 모든 대법관이 모이는 전원합의체 제도는 없다. 일각에선 법관을 늘리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되면 입법부와 행정부를 다 쥐게 되는데, 여기에 14명 있는 대법관에다 16명까지 더해서 대법관을 구성할 수 있게 되면 삼권을 다 장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법부 흔들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회부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4심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4일 법사위 질의에서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원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돼 재판 확정이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치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대법관 수를 증원하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이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장구한 세월과 돈,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4심에 가서야 확정된다면, 이를 감당할 자력이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부익부 빈익빈이 재판 과정에도 나타나는,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압박도 계속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을 법안 제1소위에 회부했다. 이 법안은 발의된 지 20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국회법상 불가피한 사유라며 숙려 기간 없이 상정됐다.
특검법은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대법관·재판연구관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 증거 인멸, 12·3 계엄 개입 등 9가지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법원 판결을 9가지 혐의를 씌워 죄로 모는 사상 초유의 초법적 행태이다. 특검 후보자는 국민의힘을 빼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또 법사위는 지난 7일 불발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도 다시 개최키로 했다.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대법원 판결 때문에 사법부에 가해지는 정치권의 압박이 10.26사건 때의 전두환 신군부와 유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내란목적 살인이 아니라고 반대했던 대법관 6명 중 5명은 사표를 내고 1명은 대법관 재구성 때 배제돼 법원을 떠나야 했다. 윤 교수는 “요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라고 한 대법관들은 사퇴하라느니, 심지어 특검을 구성하는 상황들로 사법독립이 위협받는 것이 45년전의 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