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간 사이버 전쟁은 한반도와 미래의 국가적 피해 심각성 예고...
국가 지킬 사이버 안보 서두를 때(계 16:14~16)
새해 벽두부터 사이버 전쟁이 한반도 정세의 지형을 바꿀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발단은 엉뚱하게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개봉을 앞두고 있던 미국의 한 영화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소니 영화사가 제작한 ‘더인터뷰’라는 영화가 실명의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암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을 모독한다며 유엔과 백악관에 항의했다. 이후 소니사가 컴퓨터 해킹 공격을 당하고 상영 극장에 대한 테러 협박이 이어지면서 하루아침에 세계적 이슈가 됐다. 자칭 ‘평화의 수호자(GOP)’라는 단체가 자신들이 소니사를 해킹했다며 “조만간 세계가 공포로 가득할 것이다. 9.11을 기억하라”고 테러 협박을 하자 결국 소니사는 예정됐던 영화 개봉을 취소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을 해킹의 배후로 지목했고, 지난달 19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에 비례해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보복이 점쳐졌다. 이어 지난 22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인터넷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번엔 미국 정부가 그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과 북한 간 사이버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대두됐다.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도 해킹 공격이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내부 자료가 사이버 테러에 의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중대 국가보안시설의 사이버 보안이 허물어졌다. 자칭 ‘원전반대그룹’이라는 해킹세력은 자신들이 한수원 데이터센터를 해킹했다며 원전 가동을 중단할 것을 협박했다.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아닌 보살’(시치미를 떼다)이라는 북한말과 해외 IP를 썼다는 몇몇 단서를 근거로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추정할 뿐이다. 사이버 공격은 증거를 찾기 힘들어 진상이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 추정을 해도 부인하면 그만이다. 2010년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원심분리기 1000여대가 사이버 공격에 의해 파괴되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예방도 힘들어 1년 365일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사이버 공격은 짧은 시간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항공·통신·수송·금융·전력 등 기간망 컴퓨터에 오작동 명령을 내려 국가 주요기반시설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엔 민간 해커들의 범죄를 넘어 국가간 총성없는 사이버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업체 인포섹은 “악성프로그램 개발은 재래식 무기 개발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자국 피해 없이 어떤 나라에도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작은 나라에 매력적인 전쟁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전 세계 보안업체 11곳에서 내놓은 ‘2015년 사이버범죄 전망 보고서’를 종합한 보도에 의하면 국가 정부가 연루된 사이버공격이 올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사이버범죄 집단과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공할 피해 때문에 현재 많은 정부가 사이버전 능력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고도로 훈련된 해커들로 구성된 사이버군대 양성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침투를 놓고 여러 차례 공방을 벌일 만큼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러시아를 겨냥해 에스토니아 동부 도시 타르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전쟁 훈련을 했다. 세계는 이미 사이버 전쟁터가 돼있다.
미국 정부에 의해 소니사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의 경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사이버전 강국으로 꼽힌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1990년대 이후 계속된 경제난으로 군 구조 개편을 통해 비대칭전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최고 학교와 최고 대우의 ‘정보전사’로 불리는 해커들을 육성해왔다. 김정은은 사이버전을 “인민군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강조할 만큼 핵·미사일과 함께 3대 전쟁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이후 사이버전 능력이 더욱 강화되 현재 북한은 한국군의 10배가 넘는 6000여명의 해커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해킹부대는 거의가 북한 내부가 아닌 중국이나 유럽에 주둔하고 북한 내부는 인터넷 의존도가 높지 않아 사이버전쟁 시 북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점까지 있다. 북한은 지난 20여 년간 키운 이같은 특징의 사이버 전력을 바탕으로 이미 2009년 청와대와 국회, 미국 재무부와 국토안전부 등 한·미의 핵심 국가기관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디도스(DDos)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이후에도 농협 전산망(2011), KBS 등 언론사와 금융기관의 전산망 마비(2013) 등 여러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이버 공격은 시험 공격 수준에 불과하다. 한수원 해킹 사례에서 보듯 북한은 남한의 발전소와 변전소, 화학물질 취급소, 지하철 등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항공기와 선박 등에 대한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을 준비중인 것으로 국정원은 밝히고 있다.
오늘날 사이버전은 가상공간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의 국제정치 지형까지 바꾼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인 하와이 휴가지에서 대북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 총괄기구인 정찰총국과 노동당 간부들을 제재대상으로 삼아 북한 정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단호한 대응을 서둔 이유는 정치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일정한 긴장 국면 유지를 통해 동북아지역에서 군사력 강화와 중국을 견제할 명문을 얻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같은 배경에 의해 미국이 강경조치를 택했고, 이는 북한의 반발과 한반도의 긴장, 그리고 당장 연초에 불었던 남북간 대화기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는데 한국이 혼자 북한과 대화한다고 나서기가 지금까지의 한·미 관계상 쉽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남북 화해보다 중국견제와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국은 미·일 공조에 대응해야 하는 등 연초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가 꼬이고 있다. 결국 사이버전이 촉매가 된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더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 이유다.
주변국 상황에 더해 남북관계도 기로에 서 있다. 북한과의 화해가 맘먹는다고 생각처럼 쉬운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 인정, 한미 군사훈련 중단, 북한 인권문제 불간섭 등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내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북한은 겉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기대를 갖게 해 시간을 벌면서 속으로 자신들의 노선을 중단 없이 추진하려는 속셈이다. 북한의 한결같은 목적은 핵개발과 전쟁준비 그리고 적화통일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기 직전에 노동당 간부들에게 비공개로 ‘전쟁 준비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중앙당 비서처 간부들에게 신년사에 나온 대남 유화적인 내용에 기대를 갖지 말라는 내부 경고와 함께 “조국 통일 대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불신을 없애야 시간을 벌 수 있고, 전략 물자를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며 결정적 조건을 만들도록 국방위원회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목표한 통일대전의 결정적 조건이 만들어지면 북한은 전면전과 함께 사이버전을 최종 전쟁수단으로 사용해 지금까지와 달리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공격대상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제 사이버전은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공간상의 일이 아니다. 국가기반을 흔들고, 국제 정치지형을 바꾸며, 전쟁시 상대국 전력을 무력화시키는 실존하는 핵심 위협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번 한수원 해킹시 상황이 처음 발생한 지난달 9일 악성코드 메일을 확인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기밀자료가 인터넷에 두번째 공개된 18일에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럼에도 기밀자료는 안전하게 보관한다며 궁색한 변명으로 사건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 우리나라는 숱한 큰 사이버 공격을 당했음에도 대응 능력은 물론 사이버테러방지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원의 사이버안보 총괄 여부, 사생활 침해 등 온갖 이유로 정치적이며 소모적인 논쟁만 일삼고 있다. 사이버테러는 도적과 같이 상대의 중요한 것을 속여 빼앗는 죄악이다.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모욕하는 자나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고전 6:10) 음지에서 은밀히 행한 범죄가 당장 성공한 것 같아도 하나님의 불꽃같은 심판대에 서게 될 최악의 범죄 행위이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전12:14) 그러나 오늘날 각국 정부들이 범죄조직과 결탁해서 상대국을 공격하는 범죄에 빠져드는 말세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사이버전쟁이 만연해가는 말세의 세상 속에서 보안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정당하므로 부끄러움을 보이지 않도록 자신과 국가를 지켜야 할 때이다. “보라 내가 도둑 같이 오리니 누구든지 깨어 자기 옷을 지켜 벌거벗고 다니지 아니하며 자기의 부끄러움을 보이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계 16:1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