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건’과 ‘시민의 자유’를 두고 한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 등지에서 충돌하고 있다.(사진은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후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뚝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강력한 봉쇄 조치로 인해 영국 도심 곳곳에서 시위 하는 모습.)
‘공공 보건’과 ‘시민 자유’ 충돌 유럽, 자유의 가치 잇단 승리 …
기독교의 근본 가치 자유, 육체 아닌 사랑에 입각해 지켜야 (갈 5:1, 13)
지금의 확진자 중심의 방역 대책이 놓치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불안정·불규칙 소득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집중돼 있어 사회 양극화를 더 키우고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거리두기 조치로 대면 산업이 위축되고 취약계층이 위협받고 있다. 대·중소 기업 간 양극화, 고용 양극화, 자산 양극화, 소득계층간 양극화, 교육 양극화 등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를 양산하며 계층별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결속력을 와해하고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큰 문제이다.
그러나 거리두기에 올인하는 사이에 늘어만 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의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코로나19 감염과 상관없이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 코로나로 800명이 사망한 같은 기간에 거리두기로 인한 방역조치로 사망한 사람이 3200명으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보다 4배 더 많다. 확진자 중심의 방역 정책과 이에 따른 일률적인 거리두기 방역으로 인해 그 뒤편에 보이지 않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거리두기로 인해 건강상 피해를 입고, 갖혀 지내며 자살률이 증가하고, 응급환자가 응급처치를 못받고, 질병 환자가 병원에 못가 상태가 악화돼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코로나 사망자는 눈에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규모의 사망자와 다른 질병 환자가 있다. 그러나 거리두기로 인해 사망이나 또다른 질병에 노출되는 부분에 대해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K-방역을 자랑만 하려고 하지 말고 그 뒤에 가려지는 더 큰 규모의 피해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소상공인 피해와 양극화 확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돌봄을 못받아 죽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모두 사회의 활력과 자생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확진자 중심의 방역대책 때문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치명률이 높다면 확진자 중심의 거리두기를 어쩔수없이 감수해야겠지만 코로나19 치명률은 지난달 0.2%까지 낮아졌다. 따라서 무조건 모두가 희생하고 고통받는 천편일률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백신 미접종 고령층에 대한 백신접종 대책과 기저질환자 등 위중증 가능성이 비교적 큰 고위험군의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방역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확진자 중심의 방역 대책이 놓치고 있는 세 번째 문제는 자유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시민생활에 개입해 규제하고 있다. 가게를 9시까지만 열게 하고, 6시 이후엔 2명까지만 만날 수 있는, 2달 간 계속되고 있는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사실상 저녁 영업이 막혀 있다. 백신접종자라도 추가 2명까지만 허용한다. 선심 쓰듯 백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정작 자영업자들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모든 집회·시위·행사를 전면 금지하고 1인 시위만 가능하다. 장례식·결혼식에 한해 49명까지만 가능하다. 모두 막아 놓고 제한적·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전형적인 포지티브 규제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방역대책 발표에 연일 온 국민이 목을 매고 있다.
규제 수위도 계엄보다 강력한데 법률로 정한 규칙이나 원칙도 없다. 국민 생활을 일일이 제한하는 자유 제한 조치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 계엄은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그런 제한조차 없다. 그 방역 조치의 형식이나 내용이 위헌일 공산이 크다. 모든 행정작용의 대원칙은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해야 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공익과 사익 사이에 이익 비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취해지는 방역 조치들은 이런 원칙조차 없다. 통계나 근거 제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조사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위험도에 대한 상황·이유 등 제재의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집합 금지의 대상·인원·장소 등과 관련한 모든 제재 조치가 가혹할 만큼 엄격하다. 통계나 과학이나 의학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주먹구구식 제재 조치를 내놓고 있다. 모든 시민 생활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정부 입맛대로 결정한다. 그 어느것에도 제한받지 않는 독재 방역이다.
최근 독일 바이마르시 지방법원은 방역 위반을 이유로 부과된 과태료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집합 금지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자유사회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자유 중 하나다. 시민이 자기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초대할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국가는 어떠한 규제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위헌 판결의 이유이다. 우리는 인원수까지 제한받는다. 영업도 못한다. 개인의 방문지를 알 수 있도록 매번 신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너무도 당연하게 침해되고, 모임·행사·집회·시위 등 헌법이 정한 자유의 기본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전국에서 11만4,000여 명에 달하는 시민이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 말라’고 시위에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식당, 카페, 쇼핑몰 등에 들어가려 한다거나 기차 또는 비행기에 타려면 일종의 예방접종 증명서인 ‘보건패스’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이 이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기본권인 ‘선택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갖는다. 대통령조차도 개인의 건강을 결정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인식으로 실제 지금까지 백신 접종을 한 차례 이상 완료한 프랑스인은 5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에서 백신을 1회 이상 맞은 의료진도 10명 중 6명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의 다른 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각국이 백신 미접종자에 벌칙을 주는 조치를 속속 내놓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보건정책이 개인의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선 접종 거부시 업무에서 배제키로 하자 시민 5,000여 명이 거리로 나가 “모든 사람은 선택의 권리가 있다”면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의료 종사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이탈리아에서는 북부 밀라노, 브레시아, 파르마 지역의 의료진 3,000여 명이 현지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법정공방까지 시작됐다. 파스콸레 사코 이탈리아 보건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정부는 우리를 ‘유용한 바보’ 취급을 하고 있다”며 “마치 독재정권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10월부터 요양원 종사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한 영국에서도 반대 청원에 10만 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지역사회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게 정당한지를 두고 유럽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확산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유럽 사회는 ‘백신’을 통한 공공 보건 조치보다 ‘자유’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속 충돌하고 있다.
공공 보건이냐 시민의 자유냐를 두고 열린 판단에서 지난 7월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권리에 손을 들어줬다. 현재 스페인 정부가 취하고 있는 봉쇄 조치 가운데 자택 대기 명령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부가 법적 정당성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과 이동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코로나 19로 가장 큰 사회적 혼란까지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뉴욕주의 종교시설 집합금지 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방역의 논리보다 종교의 자유라는 가치의 손을 들어줬다.
위의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백신 접종의 필요에 호응하고 방역 조치에 너무나 잘 협조하고 있다. 공공 보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인 생활을 희생하며 너무 잘 참고 있다. 그런 우리 국민을 상대로 우리 정부는 지금 근거 없이 종교 예배와 이밖에 모임·행사·집회·시위를 임의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한 헌법과 자유의 가치 훼손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부는 방역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