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냉전, 군비증강 가속화 …
흑암 중에 여호와의 이름을 의뢰하면 천하만국이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게 될 것 (사 50:10, 왕하 19:19)
지난 호 ‘성경과 현실’은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강대국들과의 힘겨운 외교전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과 함께 향후의 우려 사항 세가지를 꼽았었다. 그 우려는 최근 북한의 ICBM 도발과 G20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주변 4강 외교에서 그대로 증명되었다. 이에 지난 호 살펴 본 첫 번째 우려에 이어 둘째 우려인 북한의 도발 지속과 안보 위기, 셋째인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의 험로에 대해 살펴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한다.
먼저 북한의 도발 지속과 안보 위기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 4일 북한이 결국 ICBM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최대 고각 발사’로 쏜 ‘화성-14’형 미사일이 최고 2802km까지 상승해 933km를 날아 동해상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우리 군과 전문가들은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ICBM의 최소 성능인 5500km를 훨씬 상회하는 최소 7000km∼최대 1만 km까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 나아가 미 본토 서부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6번째 ICBM 보유국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한미 당국은 북한의 ICBM 완성이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는 세계의 놀라움을 살 정도로 예상을 넘어 훨씬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애써 평가절하 하는 모습이다. 우리 국방부는 발사 다음날 국회 보고에서 “고정형 발사대에서 발사하고,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재진입 여부 미확인 등을 고려할 때 ICBM의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5일 북한 ICBM의 말단에 재진입체가 있다고 확인했고,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 우리 군은 이제서야 사거리 800km의 현무2 미사일을 지난달 23일 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발사했다. 이도 아직 실전 배치까지는 두어차례 시험발사가 더 남았다.
핵과 ICBM기술까지 갖춘 북한은 날로 핵·미사일 기술을 더 고도화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우리가 앞으로 6개월이나 1~2년 내에 북한을 따라갈 수도, 방어할 수도 없는 것이 분명한 현실임에도 “북한의 ICBM이 아직 개발성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식의 남의 불구경하듯 한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 군이 믿는 것은 오직 미군 전력과 핵우산인데 실제로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에 퍼부울 때 미군이 자동 참전할지에 대해 보장돼 있는 것은 현재 전혀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미군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우려스럽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바다 건너 미국이 받은 충격은 핵실험 때 이상이다. 미국은 지난 5월 본토로 날아오는 가상의 ICBM 요격 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의 ICBM 공격에 대비해서 미사일 방어, MD 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는 MD 체계의 허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북한이 한꺼번에 미사일을 여러 발 쏘게 되면, 방어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미 국방부 판단이다. 미국은 이 같은 실질적인 위기의식에 따라 여러 옵션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을 실제로 고사시킬 수 있는 제재수단을 갖고 있는 중국을 더 세게 압박하는 것,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는 것, 그리고 북한이 ICBM을 쏘기 전에 선제 타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한반도 방어 중심이던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한미군사동맹의 핵심은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한국 방어인데,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으로선 동맹국인 한국 방어보다 본토 방어가 우선일 수밖에 없게 된다. 북한의 ICBM 개발로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ICBM이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해서 한국과 상관없는 미사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크나큰 오산이라는 얘기이다. 미국이 자국 본토가 핵·미사일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선 섣불리 한국전에 참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토록 ICBM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첫째가 체제 보장과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정이고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항구적 체제 안정과 한반도의 주인이 되는 북한 주도의 무력통일이 ICBM개발의 둘째 이유이다. ICBM으로 미국이 자국 방어에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미 의회가 한국전 참전 결정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한국을 무력 적화 통일하는 것이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결국 ‘핵보유국 북한’에 이은 ‘ICBM 보유국 북한’의 등장은 한반도 정세의 패러다임 전환이며 이에 따른 대응도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도 8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양자회담에서 “6.25 이후에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듯 한국의 안보 위기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야욕을 꺾기 위해 주변 강대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변국 공조 필요와는 반대로 북핵 위기가 커갈수록 주변국 간 신냉전과 군비확대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주변 4강은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한 판단과 해법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은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북 강경 자세를 부각했지만, 중국은 류제이 유엔 주재 대사가 “대북 군사 수단은 옵션이 아니다”며 ICBM에 대한 성격 규정 자체를 유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법을 강조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비난하는 규탄 성명마저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됐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기화로 재무장을 추진중인 일본을 동아시아의 주요 군사동맹으로 더 강하게 끌어들였다. 이에 맞서 중국은 옛 소련의 명성을 재연하려는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았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 배치 계획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 요구의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더 노골화되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해법으로 제재 강화에 뜻을 모으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주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꺼리는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라는 표현까지 넣어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중국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는 근본적으로 안 변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며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한·미·일의 압박을 일축했다. 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협력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중국의 제안에 따른 결정”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 미사일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밝혔다. 겉으로는 서로 웃고 정상 만찬을 함께 하면서 실제로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진 것이다.
결국 북핵 위협이 고도화할수록 한반도를 중심한 동북아 안보지형은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즉 한반도 위기가 확대, 상시화 할수록 미국과 일본은 지상과 해상 요격체계를 증강할 것이고, 이를 아시아 패권 확대로 인식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결하며 한반도 주변국의 미사일 전력 군비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기조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겠다며 4강 외교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집대성한 종합판이자,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담은 청사진인 ‘신한반도 평화구상’을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촉구한 바로 다음 날,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ICBM 도발로 응답했다. 북한은 자신과 대화하겠다는 한국의 노력을 철저히 무시한 셈이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을 통한 적화통일 목표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 인식이 우리 정부에 무엇보다 필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는 ‘초현실적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압력에 맞설 유일한 수단인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핵·미사일은 앉아서 붕괴되기 보다는 적화통일을 꿈꾸는 가장 효과적인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의 ‘당근’책에 의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대북정책에서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이를 간과한 편의적 낙관론은 환상에 근거한 이상주의적 구상이 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하게 얽혀가는 동북아시아 정치 지형과 북핵 위기의 증대 속에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젠 북한의 고도화된 핵 위협에 동북아 안보전략의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국의 확장 억지에만 의지할 수도 없다. 주변국은 신냉전 체제가 굳어지며 한반도를 군비증강과 각축의 화약고로 화하게 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새판을 짜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선언한 한국이 그에 걸맞는 주변 4강 외교와 북핵 위협을 차단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하나님은 갈수록 앞이 캄캄해지는 이 위기 형국에서 하나님께 의뢰하며 의지하기를 원하신다. “흑암 중에 행하여 빛이 없는 자라도 여호와의 이름을 의뢰하며 자기 하나님께 의지할지어다(사 50:10)”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역사하심을 천하만국이 알게 하도록 주의 도우심을 의뢰해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옵소서 그리하시면 천하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왕하 19:19)” 주께서 함께 하시면 한국이 이 어려운 형국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인간이 아무리 좋은 계획을 해도 그것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믿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모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할 때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잠 16:1)”
앞으로 한국은 이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