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강조한 자유·평등·인권·관용·통합·예측성은 기독교의 근본적 가치 …
하나님은 선행과 화평으로 욕심으로 가득 찬 세상 이길 것 가르치셔 (롬 12:17~22)
민주당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은 트럼프 국정과 다른 새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은 더 중요하다. 미국과 연결되어 있는 남북 관계, 한미 동맹, 대중 대일 외교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가 가장 급선무가 되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든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바이든은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정치가라는 직업을 고귀한 소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나는 정치를 올바로 하기만 한다면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게임에 참여하려면 통합이라는 최소비용이 필요하다.”고 한 말을 실천할 바이든의 시대가 왔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나는 미국이 전 세계의 등불이라고 믿는다”며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도 했다. 자유주의와 관용에 기반한 민주주의와 국격을 복원하겠다는 뜻이다. 내부적으로 국가 통합, 국제사회에선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라는 당면 과제를 짚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부를 분열로, 국제 외교를 고립주의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오직 경제와 자신의 재선만 목표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불신과 고립의 심화로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도 미국에게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실제로 트럼프 시대는 미국을 국제 망나니로 추락시켰다. WTO등 국제규범을 무시했고, 기후협약에서 탈퇴했고, 동맹국을 지켜주는 값을 터무니 없이 내라고 횡포를 부렸고, 세계 모든 국가와 적이 되었다.
자국 내에서도 보편적 가치가 실종되고 차별과 분열을 획책했다. 세계의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에서 죽어나가도 눈 하나 꿈쩍 안했다. 오직 자신의 재선과 지지표 결집에만 관심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 때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국한된 연설로 차기 행정부의 기조를 국한시켰다”면서 “트럼프는 이번 선거전에서도 그것을 그대로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트럼프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둘로 극명히 갈라졌고, 앞으로도 쉽게 회복은 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이 미 역사상 최대 위기의 순간에 대통령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치명적인 전염병과 경제 쇠퇴, 정치적 양극화라는 미국의 어두운 시기에 정권을 넘겨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인종차별 항의 시위, 그리고 혼란했던 대선 과정은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리더십과 민주주의를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바이든은 지난 7일 첫 당선 연설에서 극심한 분열과 차별로 얼룩졌던 트럼프 시대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통합’과 ‘미국의 재건’이란 해법을 제시했다. 다민족국가를 덮친 반이민주의, 세계 1위 경제국으로 깡패처럼 군림해온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하고 그동안 얼룩져버린 민주주의를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다.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와 다르다.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것도 그였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외정책의 근간이던 미국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로 복귀할 것이다.
대선 개표 과정에서 승기를 잡자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외정책이 트럼프 시대의 즉흥성에서 벗어나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에서도 일방적 횡포가 아닌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긍정적 기대감이 커졌다.
바이든은 대선기간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차별성을 강조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 ‘폭군’으로 지칭하고, ‘러브레터는 없을 것이며,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추진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의 대북협상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대신 바이든은 실무협의를 바탕으로 조목 조목 실현 방안을 강구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북한을 다룰 전망이다. 외교통인 바이든이 대선 TV토론에서 “김정은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해야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듯 실질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미 효용이 다한 영변 핵시설을 대북제재와 맞바꾸는 ‘스몰 딜’이나 깜짝쇼식 북·미 정상회담,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종전선언 같은 이벤트 외교의 시대는 지나갔음을 우리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지난 4년 간 트럼프 정부는 톱다운 방식의 북한과 대화를 통해 정치 쇼 외에 실제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세의 새 판 짜기가 이제부터 시급히 시작돼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정세를 풀어갈 해법이 무엇인가.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수정이 필요하다. 조급히 성과를 내려는 종전선언이나 스몰딜에 의한 대북제제 부분 해제 등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없으며, 오히려 핵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북한에게 이용당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내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랐었다. 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북미 회담을 위해 미 대선 전 북한 김여정의 방미를 추진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트럼프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불발됐지만 문 정부가 그토록 절실하게 트럼프 재선을 원한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 미군 철수와 방위비 협상 등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난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기대가 모든 것을 가리웠다. 북한도 같았다. 김여정은 7월 담화를 통해 트럼프의 재선을 희망하며,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은 미대선 기간에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한편, 트럼프의 재선으로 정상간 친분에 근거한 핵협상을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북한은 바이든에 대해선 ‘미친 개’, ‘늙다리 미치광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에겐 미국에게 해만 안 되면 되는 트럼프가 만만했다. 군축 협상을 통해 미국에게 해가 안될 핵 동결 수준에서 핵보유를 인정받을 심산이었다. 이같은 한국과 북한의 인식의 결과로서 지난 4년 간 한반도 안보는 최대 위협을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