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살며 노인과 아이, 아픈 가족을 돌보던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약화되고 1인가구가 늘면서 돌봄을 더 이상 한 가정이나 특정 가족 구성원만의 책임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CCK·서울YWCA 등 29일부터 ‘밥상, 돌봄을 말하다’
**교회 안 여성에게 집중됐던 돌봄노동에서 ‘상호돌봄’으로
성도 38%만 “교회서 실제 돌봄 받아”…71%는 누군가 돌본 경험
지역 돌봄 필요성 80%…독거노인 넘어 고립청년·이주민까지 과제로**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모습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가족이 함께 살며 노인과 아이, 아픈 가족을 돌보던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약화되고 1인가구가 늘면서 돌봄을 더 이상 한 가정이나 특정 가족 구성원만의 책임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가 서울YWCA 여성참여위원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교회개혁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교육위원회와 함께 29일부터 ‘2026 교회뜰 배움터-밥상, 돌봄을 말하다’를 시작한다.
단순한 여성 관련 강좌로만 보기에는 이번 행사가 던지는 질문이 작지 않다.
한국교회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담당해 온 ‘밥상’을 통해 누가 누구를 돌봐왔으며, 앞으로 교회의 돌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밥하는 사람’에서 ‘서로 돌보는 사람’으로
NCCK는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교회 안팎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도맡아온 노동 가운데 하나로 ‘밥상’을 지목했다.
그러나 밥상을 단순한 가사노동으로만 보지 않고 생명을 살리고 관계를 연결하는 돌봄의 공간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상호돌봄’이라는 개념이다.
여성을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자신도 돌봄을 받아야 하며, 궁극적으로 개인과 가정, 교회 안에 머물던 돌봄을 교회 밖 이웃과 사회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NCCK
현장 강의는 9월 29일과 10월 6·13일 오후 2시 서울YWCA빌딩에서 열리며, 온라인 강의도 10월 1·8·15일 진행된다. 기존 ‘여성신학 아카데미’의 명칭을 ‘교회뜰 배움터’로 변경한 프로그램이다. NCCK
1인가구 824만…가족만으로 돌보기 어려운 사회
이번 논의가 주목되는 배경에는 급격한 가구구조 변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1인가구는 824만4천 가구로 전년보다 19만9천 가구 증가했다.
전체 일반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6%다. 이제 세 집 가운데 한 집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장래가구추계에서도 2026년 1인가구 증가 추세는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1인가구 증가 자체를 곧 ‘외로움’이나 ‘돌봄 위기’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혼자 사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만족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질병이나 실직, 사별, 정신적 어려움과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발견하고 함께 감당할 관계망이 없는 사람들이다.
가족 중심의 돌봄체계가 약해질수록 지역사회와 종교 공동체의 역할이 새롭게 제기되는 이유다.
성도 38% “교회에서 실제 돌봄 받아봤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실제로 성도들을 얼마나 돌보고 있을까.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올해 1월 공개한 ‘한국교회 돌봄 실태와 과제’를 보면 교회 출석 성도 가운데 목회자나 다른 성도로부터 실질적인 돌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8%였다.
실제로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만 놓고 보면 돌봄 수혜율은 54%로 높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반대 방향의 수치다.
다른 사람을 실제로 돌본 경험이 있다는 성도는 71%에 달했다.
돌본 대상도 다양했다. 영적 침체를 겪는 성도가 26%,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성도가 25%,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성도가 22%였다. 중독과 장애·질병, 자살 유가족 등도 교회 돌봄의 대상에 포함됐다.
즉 한국교회에 돌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수 성도가 이미 누군가를 돕고 있다. 다만 ‘돌봄을 제공했다’는 경험과 ‘내가 돌봄을 받았다’는 경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돌봄은 목회자만의 일 아니다”
돌봄의 주체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교회에서 누가 성도를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성도의 56%가 ‘모든 성도’라고 답했다.
목회자라고 답한 비율은 24%였다.
목회자들도 비슷한 변화를 인식하고 있었다. 목회자의 77%가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서로 돌보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데 강하게 동의했고, 70%는 효과적인 목회돌봄을 위해 평신도 사역자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돌봄을 목회자 한 사람의 심방과 상담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교회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교인 1천명 이상 교회에서 돌봄을 받은 성도들이 꼽은 주요 돌봄 주체는 소그룹 인도자 50%, 다른 성도 45%였다. 반면 50명 미만 소형교회에서는 목회자의 비중이 67%로 높았다.
교회 밖으로 나가면 ‘독거노인’이 가장 먼저 보였다
돌봄의 범위를 지역사회로 넓히면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실천신학대학교·한국교회탐구센터·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마을 돌봄 조사에서 교회 출석 기독교인들은 지역사회에서 가장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 독거노인(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적 취약계층 37%, 학교 밖 청소년 19%, 정서적 문제나 우울증을 겪는 주민 17%가 뒤를 이었다. 고립청년과 이주민도 주요 돌봄 대상으로 조사됐다.
실제 교회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지역 돌봄 활동도 독거노인·빈곤층 생활지원(37%)이었다. 장애인 지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카페 운영이 각각 22%, 노인보호·돌봄 시설 및 서비스 제공이 21%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해온 무료급식, 반찬나눔, 독거노인 방문, 장학사업 같은 봉사가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새로운 돌봄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기존 교회의 봉사활동을 낡은 방식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돌봄의 사각지대를 얼마나 발견할 수 있느냐에 있다.
필요성 80%인데 적극적인 실천은 10%
성도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는 간격도 있었다.
마을 돌봄 사역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0%였지만 출석교회가 실제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74%였다. 특히 교회가 돌봄을 ‘매우 잘 실천하고 있다’는 적극적 평가는 10%에 그쳤다.
반면 돌봄 활동에 참여한 성도들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참여자의 89%가 보람을 느꼈고, 88%는 돌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80%는 돌봄 활동을 통해 교회의 공동체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돌봄이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일방적으로 베푸는 봉사에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돌보는 사람도 돌봄이 필요하다
이번 NCCK 프로그램이 ‘상호돌봄’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통계가 하나 더 있다.
성도들을 돌보는 위치에 있는 목회자의 74%가 자신도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목회자들이 필요로 하는 돌봄은 자신을 돌보고 코칭해 줄 멘토(55%), 자기성찰과 성장을 위한 상담(40%) 등이었다.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을 고정적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교회 식당에서 수십 년간 밥을 해온 여성도, 성도를 심방하는 목회자도, 홀로 사는 노인도, 우울감을 겪는 청년도 때로는 돌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9일 시작된 ‘밥상, 돌봄을 말하다’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밥상보다 넓다.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이어온 ‘어려운 사람을 돕는 돌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824만 1인가구 시대, 교회가 다시 생각해야 할 ‘돌봄’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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