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전쟁 깨달아야 …
나를 위한 안일한 신앙 벗고 나라 위해 생명 내댄 구국기도 할 때 (살전 5:3, 애 2:11)
태용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달 망명을 신청해 최근 한국에 부인, 자녀와 함께 입국한 사실이 18일 알려졌다. 태 공사 가족의 망명은 실로 뜻밖이다. 태 공사는 주 영국 북한대사관의 2인자로 남측으로 탈북한 인사 가운데서는 최고위층에 속한다. 주목할 부분은 태 공사와 그의 부인 오혜선은 모두 북한 최고의 엘리트 계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의 후예라는 사실이다. 태 공사 부친은 김일성의 항일 투쟁 동료인 태병렬 전 인민군 대장으로 알려졌고, 부인 오혜선 역시 빨치산 출신인 오백룡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친척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태 공사는 영국 현지에서 외교관과 가족의 사상교육을 관장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에서 보통 외국 거주는 3년 씩 교체하게 돼 있는데, 태 공사가 외국에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것은 북한 내 막강한 권력을 짐작케 한다. 더욱이 북한 체제의 특별한 혜택을 누리며, 주체사상으로 무장했던 고위 엘리트 인사가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은 심상치가 않다.
이 사건은 출세가 보장된 지배층마저 등을 돌리는 오늘날 북한 체제의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북한 당국과 엘리트층에 준 충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북한은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태영호를 ‘인간쓰레기’로 몰면서 “최근 박근혜 역적패당은 영국주재 대표부에서 일하다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행위가 폭로되자 법적 처벌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도주한 자를 남조선에 끌어들이는 비열한 놀음을 벌려놓았다”며 태영호가 국가자금 횡령과 국가기밀 누설, 미성년자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태 공사가 북한에서 막강한 파워가 있는 만큼 주변 간부나 친구 등 연계된 사람이 많아 이들이 숙청을 피해 사전에 이탈하는 것을 막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영호의 이름을 숨기면서 동시에 비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해외 엘리트층의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해 ‘가족 소환령’을 내리고, 외교관과 가족들이 함께 동반으로 출국하는 특권도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태영호 사건 책임을 물어 외무성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과 조사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4월 중국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했을 때도 책임자 6명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등 지금까지 약 60여명의 탈북민 가족과 탈북 브로커, 주민들을 공개 처형했다. 따라서 이번 태영호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의 공포 정치가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갑자기 북한을 이탈하는 핵심 엘리트들의 해외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중국과 몰타 등에서 근무하던 해외 근로자나 주재원, 고위장성과 외교관 등의 북한 탈출 소식이 주요 외신과 대북소식통들에 의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이미 김정은 집권 이후 망명한 엘리트가 40명에 달한다. 올 들어 탈북민 숫자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사실도 북한정권의 균열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다만 탈북자들이 껄끄러운 한중 관계나 류경식당 여종업원의 신원공개를 의식해 한국으로의 망명을 꺼린다.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연합조보는 최근 잇따르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을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위협으로 해석한 사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중국 소재 북한식당 종업원, 북한군 장성급 인사와 외교관리, 홍콩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수학영재 등의 탈북과 망명신청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빈발하는 탈북사건은 북한의 일반 주민부터 엘리트 계층에까지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김정은 정권이 받는 내부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 당국이 책임자를 공개 처형하고 사상교육을 강화했지만, 이런 강압수단으로는 탈북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엘리트 계층의 이탈로 북한 발전에 기여할 영재마저 유실하는 위기에 직면한 김정은이 더 강력한 압제와 숙청을 가한다면 의외의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는 북한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유럽 총책의 망명지 선택을 둘려싸고 한국과 미국, 제3국 등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또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22일 “북한 노동당 39호실 유럽 자금총책 김 모씨가 최근 자신이 관리하던 거액의 자금을 갖고 현재 유럽에서 자취를 감춰 제3국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을 세탁해 북한으로 보내는 역할을 해온 김 씨가 이번에 잠적하면서 4천억대를 빼돌렸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의 비자금 관리 실태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라 제3국과 한국, 미국 등이 치열한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자금 압류, 한국은 신변 안전 문제로 고심 중”이라고 소개하고, “북한이 무리하게 외화 확보 과제를 주문하면서 평양에 있는 가족 한 명을 구속한 뒤 사망케 한” 김씨의 탈출 배경까지 전했다.
이렇듯 기득권 수혜층까지 북한에 등을 돌리는 현실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변화 가능성이 없는 북한 사회의 암울한 전망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노동당 대회를 마친 후 수직적 지도체제의 경직성은 더욱 심화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은 주민 삶에서 더 멀어졌다. 측근조차 처형을 피하지 못하는 공포정치는 극에 달하고,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자초했다. 북한에서 우대를 받았을 인사들의 탈북이 잇따르는 상황은 체제 불안이 상ㆍ하층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 권력 내부의 균열, 그리고 3대 세습과 공포 정치의 한계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북한의 균열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그 여파는 당장 한국에 미친다. 이미 북중 접경지역 북한 군인들이 보급품 부족으로 중국에 넘어가 강도행각을 벌이고, 한국 인터파크를 해킹해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게 단적인 사례다. 대북 제재 무용론을 위해 전시 예비물자까지 동원하고 있다니 북한이 더 이상 버티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돈줄이 마른 북한은 최근 서해에 이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조업권도 중국에 팔아 넘겼다. 실제로 최근 동해 NLL 근처에서 1000척 가량의 중국 어선이 조업하는 게 확인됐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동·서해 조업권을 넘기고 7500만달러(약 820억원)를 챙긴 것으로 추산한다. 이 돈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돈줄은 갈수록 말라가고, 통치 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북한이 광물 자원과 조업권도 팔고 무기 거래나 밀수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은 더욱 피폐해지고 체제 불안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 때문에 현 주한미군사령관 임기내에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북한이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체제동요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의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최근 북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이 이를 막기 위해 핵·미사일, 사이버테러, 국지적 도발 등 전방위적 대남 도발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궁지에 몰릴수록 극단적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체제 불안을 느낀 김정은 정권이 남측을 겨냥해 더욱 극단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최후의 수단은 전쟁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의 시위나 위협 수준이 아니라 테러나 전쟁 준비 등을 몰래 진행 중이다. 최근 북한은 인민군 정찰총국에 통합했던 35호실, 작전부 등의 대남·해외 공작기구들을 당 소속으로 환원했다고 한 대북매체가 22일 보도했다.
이로써 1987년 KAL기 폭파 등 한국과 해외에서 정보수집·요인암살·테러·납치 등을 담당했던 기구들이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직속으로 김정은이 직접 관장하게 됐다. 북한의 위협이 국민 개개인까지 상대로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중 접경지역에 파견된 북한 테러조가 우리 국민을 상대로 테러 위협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이 16년 만에 남파간첩 지령용 난수 방송을 재개하고 대남 전단을 무차별 살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북한은 실지 전쟁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한 예로 북한이 자나깨나 가장 중점을 두고 실전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한·미 양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가이다. 사이버전, GPS 교란 등은 대표적인 예다.
그런 북한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히든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무기가 전기·전자 장비와 지하 케이블까지 손상시키는 강력한 전자기 펄스 EMP이다. 고도 30~수백㎞ 고공에서 미사일을 폭발시켜 지상에서 폭발할 때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
제임스 울시 전 미 CIA 국장은 지난 2014년 미 의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러시아인들이 2004년 ‘두뇌 유출’로 북한의 EMP 무기 개발을 도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북한도 탄도 미사일을 500㎞ 떨어진 곳으로 기습 발사한 뒤 “특정 고도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사격 방법을 썼다”며 핵 EMP 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반도에서 핵 EMP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한 대재앙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상공 100㎞에서 100킬로톤의 핵폭탄이 터지면 그 피해는 말굽 형태로 남부로 확산돼 서울에서 계룡대까지의 모든 전력망과 통신망이 파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은 20킬로톤의 핵무기 한 발로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전자 장비를 탑재한 무기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이 미 전략무기가 출동하는 괌 미군기지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한미동맹 자체가 위기에 빠진다. 잠수함탄도미사일(SLBM)까지 실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지금 계획 중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이 20킬로톤 핵탄두 두 개만 쏘면 서울에선 42만 명의 사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휴전선 북쪽에 수도권을 겨냥하여 배치되어 있는 600문 이상의 무서운 장사포는 계산에 넣지 않아도 그렇다.
북한의 체제 붕괴와 급변사태 가능성, 그리고 최후의 극단적 선택과 전쟁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갑작스런 북한 엘리트들의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고, 북한은 공포정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생사를 걸고 전쟁에 대비하며 급변 또는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