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에 북핵 폐기의 마지막 기회 찾아야 …
한반도 평화, 허세·부정직 없이 주변국 모두와 화평 추구해야 얻을 것 (시 37:37)
얼마 전 열린 안보협의회에서 양국은 동맹의 근간인 전시작전권, 북핵 폐기 공조 문제로 얼굴을 붉혔고 그 결과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졌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됐다면 최근 돌연 아프간·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 결정한 행태가 한국에서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북한이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미사일을 선보이는 마당에 ‘평화 쇼’에 밀려 한·미 연합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방위비 요구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집착이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은 느슨해질대로 느슨해졌다. 동맹이나 한국의 안보 보다 재선에만 관심이 있던 트럼프가 개인 욕심으로 추진한 북한과의 협상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것이었겠는가. 재선되고 욕심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듯 돌변할 것이었다.
존 볼턴이 이미 폭로한대로, 트럼프는 사진찍기 위해 김정은과 회담했다는 말대로 신뢰 없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 국가 간 협상이다. 하물며 핵협상에서 이렇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조급한 성과주의로 인한 모래 위 집 짓기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같았다. 마땅히 해야 하고 필요한 모든 현안들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잠겨버린 셈이다.
한반도 안보가 이런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지난 9일 우리 외교부 장관이 재선 패배가 확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폼페이오 장관을 굳이 만난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조 유지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 지우기를 공언할 무렵에 트럼프 행정부에 힘을 실어준 행보는 적절치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전환”을 언급하며 대선 불복을 노골화해 논란을 부르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도 바이든 당선인을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이든 시대에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결례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이런 식이라면 바이든 시대에 북핵협상 등을 둘러싸고 한·미 간 균열이 커질 수 있다. 정교하지 못한 우리 외교 역량의 실체를 보는 듯하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 탓에 미국이 더 위험해졌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차례 만나 비핵화를 논의했지만 오히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줬다는 것이다. 북한 속임수에 놀아난 실패한 협상이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이같은 바이든 행정부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대변되는 그동안의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 손질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한국은 아직도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는 평화 얘기는 공허할 뿐이다. 지금도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 전술화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했을 뿐 핵 폐기 실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북핵 폐기 없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서두른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우리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북핵 폐기 방안을 마련하고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 등 장미빛 이상만 좇거나 조급한 성과 지향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현실에 근거한 대북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
둘째, 바이든 시대의 미국 대외정책을 예견, 대응하고 한반도 주변 상황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선 북한이 핵개발 야욕을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외교 역량을 이란 핵에 집중하는 바람에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북핵을 방치한 것은 일본에게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을 핑계로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작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나듯, 일본은 막후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한반도 통일의 움직임을 막으려 한다. 과연, 이같은 우려대로 바이든이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답습할까. 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이다. 그 이유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에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이미 받았고, 지금 상황은 당시와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었기 때문에 수수방관만 할 수 없도록 상황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관여정책과 유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바이든의 경륜과 성향도 이를 뒷받침한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제네바협상 등 북미협상과 북미관계 진전을 의회 차원에서 지원하였다. 바이든이 당선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핵능력을 축소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만날 수 있다고 공언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바이든이 미국의 내로라하는 외교 전문가가 된 데는 1940년대부터 30년 간 민주당 행정부의 외교 ‘빅맨’이었던 해리먼의 영향이 크다. 해리먼은 최연소 상원의원이던 바이든에게 실전에서 직접 외교를 가르쳤다. 그 핵심은 적이라고 공언되는 대상이라도 계속 관계를 만들어 이익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적과도 대화는 계속하라는 얘기다. 해리먼은 그렇게 바이든을 데리고 다니고, 사람을 만나게 하면서, 실제 외교방안에 대해 교육까지 했다.
바이든이 자신의 자서전에 이 내용을 상세히 기록할 만큼 해리먼은 바이든을 지금의 외교통으로 만들었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고, 그동안의 그의 행적이 보여 주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를 것이라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도 나왔다. 김진아 연구위원은 11일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 특징’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전임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유연한 협의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