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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패권 다툼 속 한국이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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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충수 기회로 경제 초강대국 급부상 중인 중국 …

하나님 가르침대로 다른 사람 살피고 남을 이롭게 하는 데서 기회 얻을 것(눅 6:38, 엡 4:2,3)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 이후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예외주의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해외원조’, ‘정의로움’ 등의 가치를 발판으로 세계의 정신, 교육, 문화를 이끌며 미국을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국가로 만들었고,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경제적으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고, 달러 강세를 유지하게 했다.

일찌기 고(故)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004년 미국의 소프트파워의 쇠락을 경고하며 “미 국방비 예산의 1%만 공공외교에 투입해도 관련 예산이 지금보다 4배 더 확충된다”고 소프트파워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공포로 바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인적 물적 관문을 닫아걸고 있다. 제조업 부활에 올인하고, 예측 불가한 경제·외교 정책을 펼치며 세계 경제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당장은 관세 수입이 생긴것 같지만 바탕이 무너지면 말짱도루묵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 GDP 중 미국 경제 비중은 29%나 됐다. 소프트파워의 발판 위에 금융과 IT, 인공지능(AI) 등 미래 혁신 산업을 선도했던 결과이다. 제조업 쇠퇴의 부작용은 자유무역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공급망 관리도 반도체나 의약품 등 핵심 분야에서만 추진하며 세계와 상생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 경제 비중은 26%로 줄었다. 달러 가치는 올해 4.2%나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8%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국의 올 1월 상품 무역적자는 1530억 달러다. 1년 전 920억 달러였던 것과 큰 차이다. 미국 기업들이 수입품을 사재기하면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게 주원인이다. 약달러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해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처방을 가리켜 미국 경제에 ‘바보(moron)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고 경고한다.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관세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미국의 고관세는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관세는 세계 경제에 부가가치를 만드는 무역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경제성장 전망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자유주의 진영의 동반 몰락을 견인하고 있다. 달러 지위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변덕스러운 무역정책, 정부효율부(DOGE)의 무차별 예산 삭감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은 커가고, 그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위협도 커가고 있다.

미국에 맞선 중국은 미국의 위기를 기회로 경제 초강대국의 목표를 키우고 있다. 지난 1일 폐막한 APEC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국가로서 위상을 과시한 회담이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중국이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통제 등 일련의 대응카드로 “최소한 세 차례 이상 미국의 징벌적 조치 실행을 막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했다”며 “중국이 한때 자신보다 훨씬 강했던 적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하나같이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사실상 중국의 승리로 보았다. 크게 고통스러운 양보 없이 관세 인하와 수출통제 완화 등 실질적 성과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덴마크 비영리단체 민주주의동맹(AoD)이 지난 5월 발표한 민주주의와 글로벌 리더십 평판 점수에서 96개국 중 76개국(약 79%)이 미국(-5%)보다 중국(+14%)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트럼프가 자국 이익을 위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인도, 대만 등 중국 주변국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 부과하면서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중국에는 유리한 선물을 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외연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주도하며 탈달러 동맹인 위완화 블록(CIPS)을 급성장 시키고 있다. 브릭스는 구매력 기준 GDP 82조달러로 선진국 G7 GDP의 합계 59조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또 중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와 일대일로 해상 루트 구축을 목적한 중동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선 미국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아프리카는 이미 ‘중국의 뒷마당’이 됐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는 미국의 35배, 무역 규모는 4배 수준이다. 남아메리카를 포함해 이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전 세계 약 120여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며 전세계 인구의 85%,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의 65%를 차지하는 거대한 지역 경제 블록이다. 중국은 탈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전략 목표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세계 공장’ 시대를 넘어 ‘세계 공장의 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시립대 류닝롱교수는 “중국이 자본, 첨단 기계,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진정한 세계 강국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성장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고 있다. 특히 고급 기술 인력 1000만명 양성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을 통해 전 세계의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연구 자율성, 파격적인 보상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해외 석학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에도 KIST, KAIST,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한국재료연구원에 등에 지난해부터 매달 2, 3건꼴로 초빙 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KAIST에 발송된 이메일에는 해당 교원에게 연간 200만 위안(약 4억 원)의 급여와 함께 주택·자녀 학비·정부 보조금 등을 제시했다. 중국 명문대 출신 이공계 박사의 초봉은 2억원을 훌쩍 웃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해외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인재는 61%에 달하고 그중 중국의 제안은 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기술인재 유치는 기술유출과 기술탈취 통로 역할을 했다. 2020년 KAIST 교수가 자율주행 관련 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사건도 중국 천인계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이 해외 인재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지난해 ‘유해 외국 인재 유치 프로그램(MFTPR)’ 참여 금지 등의 규정을 마련했다. 영국과 유럽연합도 유사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아무 대책이 없다. 없을뿐 아니라 여전히 국내 연구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낙후된 연구 환경,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 결과 한국의 이공계 인재가 빠르게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무리 계획이 거창해도 인재 없인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미중의 경제 패권 다툼을 축으로 국제사회가 요동치며 세계가 대 전환기를 맞았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노출됐다. 한국은 그동안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치중한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으로 한국의 번영을 추구했지만 이제 더이상 통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