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와 이념정치가 심각한 문제 …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악에서 떠나라고 가르치셔 (잠 4:27)
그러자 김우석 정읍지청장은 12일 “법무부의 공식 입장이 검사장과 소속 검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검찰청법은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고 돼 있다.”라고 공개 반박했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가 제출토록 요구했는데 법무부가 거부하며 요약본만 넘긴 것에 대해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피고인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라면서, “그동안 간과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미국의 예까지 들며 선거 공작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를 정당화했지만 법조계에선 이는 왜곡이라고 한다. 한 고위 법관은 미국의 경우에도 공개가 원칙이라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소장도 예외 없이 공개됐다. 추 장관은 수사팀과 검사장의 의견 충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찰총장과 충돌한 검사장의 손을 들어줬고,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해 10년 넘게 지속돼 온 공소장 국회 제출을 반헌법적 구태로 몰아갔다. 추 장관은 청와대가 적법하게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거부한 것에는 “얘기하지 않겠다.”라며 입을 닫았다. 정권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가로막고 감추는 조치를 법무장관이 앞장서서 옹호하며 도리어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추 장관은 또 일본 검찰을 사례로 들며 “검찰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어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대검이 일본 법무성에 물어보니 “(한국처럼) 수사 검사가 기소도 책임진다. 다만 공판부 검사에게 자문한다.”라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추 장관이 사실을 거꾸로 왜곡한 것이다. 이것은 선거 공작을 수사 검사들이 밝혀내도 기소 검사들이 뭉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법무부가 그동안 벌여온 편향성을 보면 수사-기소 분리가 거꾸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립성과 객관성을 해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법무부만이 아니다. 여당과 친문 세력 전체가 협잡 패거리처럼 나섰다. 유시민씨는 “(정경심씨의) 컴퓨터 반출은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조작을 막기 위한 증거보존”이라는 괘변을 하거나 “(검찰 수사는) 총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가가 부여한 정당한 수사권의 행사에 대해 위헌 쿠테타 운운하면 검찰은 위헌 조직이라는 것인지 초법적 발상에 아연실색케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 수사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법원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죄질이 좋지 않다.”라는 영장 심사 판단엔 입을 닫았다. 이쯤 되면 문 정권이 법치를 문란하게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자기에게 칼을 겨눈 검찰 수사팀을 지방에 좌천시킨 것을 보고 영국의 한 언론은 “조선 시대 귀양”에 비유했다. 왕조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조선 지배층이 정치적 반대파를 ‘사문난적’으로 몰았다면, 이 정권은 ‘적폐’란 딱지를 붙여 숙청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 정권의 문제는 첫째, 진영논리와 패거리 정치이다. 적어도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 정권의 국정엔 국민이라는 통합체 대신 진영 논리와 패거리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자기편이면 절대선, 상대편이면 적폐이자 개혁 대상이다. 특권과 반칙을 일삼아도,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내 편이면 덮어 준다. 불변의 가치인 정의의 개념마저 달라졌다. 내 편이면 정의이고 반대편이면 적폐이다. 이 같은 편협 된 진영논리가 패거리 정치의 바탕이다.
친문 운동권이 온갖 자리와 이권을 싹쓸이하면서 그들만의 거대한 카르텔을 완성했다. 정부 요직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임원까지 문 정권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심각한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바른미래당이 전수 조사한 집계에 따르면 347개 공공기관 임원 3368명 중 515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정부 산하 기관 임원 5명 중 1명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수사의뢰 및 징계요구 대상기관 리스트’에 오른 공공기관 60개 중 낙하산 인사가 동시에 발생한 기관이 65%(39곳)에 달한 것을 보면 낙하산 인사는 비리 문제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에도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이로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 문 대통령 측근 인사, 청와대 참모 등 모두 문 대통령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책은행장들은 대부분 내부 출신이거나 민간 금융 전문가였던 것에 비하면 문 정권의 패거리 정치가 도를 넘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 반대다. 박근혜 정부가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기업은행장에 앉히려 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은 것”이라며 극렬 반대해 계획을 접은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된 민주당은 현재까지 이 같은 인사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행장 인사에 대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면서 “총선 때까지 민주당과 정권의 자기모순에 대해 반드시 심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러면서도 문 정권은 심각한 진영 논리로 국민들의 편을 가르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 결과 정파·이념을 초월해 위기 때마다 힘을 합치던 대한민국이 두 쪽으로 쪼개졌다.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둘째, 이념과 이상주의 정치이다. 문 정권은 현실보다 이념을 우선하는 정권이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서 ‘노론 세력이 일제하 친일 세력이 되고 해방 후 반공 독재 세력이 되면서 기득권 주도 세력이 됐다’고 썼다. 조선의 지배층이 친일 반공 독재 세력으로,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으로 이어졌다는 역사관으로 현대사의 성취를 평가절하하고, 문 정권이 말하는 ‘주류 교체론’의 배경으로 삼는다. 그러나 반대 세력을 적폐 프레임으로 내모는 문 정권이야말로 이념에 쌓인 노론 관념파와 다름 아닌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은 실용을 배격하고 실력을 경시했으며 물적 생산력을 천대한 이념의 나라였다. 부국강병 대신 노론·숭명파·위정척사파로 이름만 바꿔 득세하며 당파를 지어 말과 명분의 싸움에 날밤을 새웠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다녀온 통신사 수뇌부 4명 중 3명이 “쳐들어온다.”라고 보고했지만, 관념이 득세하던 조정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지배층은 판단력을 잃었고 왕은 무능했다. 신하들은 말로만 싸우고 나라 지킬 군대는 없었다. 왕도, 지배층도 ‘가상현실’에 살고 있던 조선은 지배층의 자기모순 때문에 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