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최고 심의기관인 국무회의가 TV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장면을 접하는 국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정부는 ‘투명한 국정 공개’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화려한 명분 뒤에 숨은 국가 국정 운영 시스템의 파행과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행정부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가 국민을 향한 보여주기식 ‘쇼 정치’의 무대로 전락할 때, 국가 리더십의 본질적인 심의·의결 기능은 심각하게 마비될 수밖에 없다. 최고급의 국정 자료와 비밀등급을 가진 국무회의록의 내용이 그대로 중계되는 과정이 과연 진정한 소통이 목적일까?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헌법 제88조 및 제89조가 규정한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각 부처 장관들이 국가의 치명적이고 중요한 안건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국정의 균형을 잡는 국가 최고의 심의기구다. 국가 안보, 외교적 전략, 민감한 경제·조세 정책 등은 본래 수많은 내부 이견과 대립, 신중한 조율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법이다.
그러나 생중계 카메라의 조명이 켜진 무대 앞에서 과연 어느 국무위원이 대통령의 견해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신 있는 반대 의견을 낼 수 있겠는가. 방송 중계라는 특성상 장관들은 깊이 있는 비판과 논쟁 대신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정돈된 발언, 혹은 자기 부처의 성과를 부풀리는 과시에 치중하기 십상이다. 결국 깊이 있는 내부 진통과 격의 없는 자유 토론은 사라지고, 대통령의 일방적 연설과 지시를 수용하는 경직된 통과의례만 남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책 결정 과정의 심각한 왜곡과 사회적 혼란의 증대다. 국가의 대형 국책 사업이나 대외 정책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구상이 채 익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될 경우 시장과 사회에 가해지는 파장이 거대하다. 외교적 협상 카드가 방송을 타고 실시간으로 노출되거나, 부처 간 조정되지 않은 경제 정책 발언이 직통으로 전달될 때 직면할 리스크는 온전히 국민 전체의 몫으로 돌아온다.
토론의 미완성 단계에서 도출된 가공되지 않은 지시나 발언이 마치 확정된 국정과제처럼 타전되면, 현장의 혼란과 집단 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무회의의 생중계화는 공직 사회 전체를 포퓰리즘의 늪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다. 논란이 될 수 있는 국가적 과제를 깊은 성찰과 다각적 심의, 전문가 검토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국민의 일시적인 호응이나 여론에 호소하는 정치적 이벤트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들이 정책의 내실보다는 국민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먼저 계산하고, 국무회의가 ‘말하기 경연장’이자 대통령 1인의 단독 무대로 바뀔수록 실체적 정책의 성숙도와 국정의 중장기적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공개 상태에서 이뤄지는 치열한 상호 견제와 끝장 토론이야말로 부실 정책을 걸러내는 최고의 방파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무회의 TV 중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발전이라는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세심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진정한 국정의 투명성은 국무회의 생중계를 통해 보여주는 이벤트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치열한 검토와 토론 끝에 수립된 완성도 높은 정책과 그에 따른 책임 있는 결과로 증명되는 법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은 화려하게 포장된 중계방송이 아니라 신중함과 내실 있는 심의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무회의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리더십을 가볍게 만드는 과도한 생중계 집착을 정돈하고, 밀도 높은 비공개 토론과 숙의의 장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아무리 여론이 중요하고, 지지도가 중요하다해도 표플리즘적인 정치가 도를 넘고 있음은 조급함과 불안함의 증거이다. 그러면 국민은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사회적 불신으로 발전한다.
이런 현상은 여당 야당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공개와 비공개를 겸한다는 그 웃기는 모습이 바로 지금 정부의 얄팍한 표풀리즘의 전형이다. 좀더 중후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가? 너무 경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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