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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 아이들은 이미 ‘AI 네이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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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한국교회 ④]

학교는 AI교육 본격화…교회학교는 준비됐나

AI가 ‘정답’을 주는 시대, 성경지식 전달만으로 부족

금지보다 검증과 분별…교사의 역할은 오히려 커진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이유를 세 가지만 알려줘.”

예전 주일학교라면 아이들은 성경을 펼쳤다. 조금 뒤에는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지금은 AI에게 묻는다.

몇 초면 답이 나온다. 성경 이야기의 줄거리부터 의미와 적용까지 제법 그럴듯하게 정리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답이 정말 성경에 있는 내용일까?”

AI 시대의 주일학교가 가르쳐야 할 것은 어쩌면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교회가 고민하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AI를 쓴다

‘AI 네이티브’는 아직 엄밀하게 확립된 세대 구분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검색·학습·창작의 일상적인 도구로 경험하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를 인용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52.1%가 대화형 생성AI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전국 초·중·고교 1,141곳을 ‘AI 중점학교’로 선정했다. 초등학교 AI 관련 교육을 기존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하고 중학교도 102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일반 교과와 AI를 연결하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AI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주일학교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AI를 쓰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AI는 틀린 답도 자신 있게 말한다

생성형 AI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유창함이다.

맞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설명하지만 틀린 내용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료나 인용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성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AI가 성경에 없는 내용을 설명해도 아이는 그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성경을 직접 읽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AI에게 답을 들은 뒤 성경을 덮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을 펼쳐야 한다.

“정말 그렇게 쓰여 있는가?”

확인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다.

‘정답을 외우는 교육’에서 ‘판단하는 교육’으로

주일학교 교육의 상당 부분은 오랫동안 정답 중심이었다.

“예수님의 제자는 몇 명인가?”

“노아의 방주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기본적인 성경지식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 검색에서는 사람이 AI와 경쟁하기 어렵다. 앞으로 교회교육이 더 집중해야 할 영역은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판단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질문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오늘 학교생활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AI가 친구의 얼굴로 재미있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줬다면 허락 없이 공유해도 될까?”

“숙제를 AI에게 모두 시키고 내가 작성했다고 제출하는 것은 정직할까?”

“AI의 설명과 성경 말씀이 다르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이것은 기술교육인 동시에 신앙교육이다.

진실과 거짓, 정직과 속임, 인간의 존엄, 이웃에 대한 책임이라는 성경의 오래된 질문들이 AI 시대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AI를 가르친다면 교회는 ‘기준’을 가르쳐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교육계도 이미 단순한 AI 사용법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AI 중점학교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학생들이 AI를 ‘올바르고 책임 있게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제시했다.

유네스코도 학생의 AI 역량을 기술 사용 능력에 한정하지 않는다. 인간 중심적 사고와 AI 윤리, 비판적 판단을 중요한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교육에는 한 가지 질문이 더 남는다.

“무엇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인가?”

학교가 AI의 작동 원리와 활용법, 정보의 진위를 가르친다면 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정직, 책임, 이웃 사랑이라는 신앙의 기준을 함께 가르칠 수 있다.

교회가 학교보다 AI를 더 잘 가르칠 필요는 없다.

대신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 교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

AI는 아이의 질문에 24시간 답한다.

같은 질문을 열 번 해도 다시 설명하고 “더 쉽게 설명해 줘”라고 하면 수준까지 맞춰준다.

그렇다면 주일학교 교사는 AI보다 지식을 많이 알아야 살아남을까.

교사의 역할을 정보 전달자로만 본다면 위기일 수 있다.

그러나 주일학교 교사의 역할은 원래 그것보다 컸다.

지난주 보이지 않았던 아이에게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묻는 것, 친구와 다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아이의 기도제목을 기억하고 함께 기도하는 것은 검색으로 대신할 수 없다.

AI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아이 옆에 누가 앉아줄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AI가 답을 준다면 교회는 관계와 삶을 가르쳐야 한다.

AI를 금지하지 말고 ‘교재’로 써보자

주일학교에서도 거창한 AI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의 답을 검증하는 수업부터 시작할 수 있다.

AI에게 성경에 관한 질문을 한 뒤 아이들과 실제 본문을 찾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경은 돈이 악의 뿌리라고 말하지?”라고 질문하고 AI의 답을 받은 뒤 디모데전서 6장 10절을 직접 펼쳐본다.

성경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사랑함’을 문제 삼는다.

이 짧은 수업에서 아이들은 AI 사용법보다 중요한 것을 배운다.

“AI가 말했으니 맞다”가 아니라 “직접 확인한다”는 태도다.

AI가 만든 가짜 성경구절 찾아내기, 같은 질문을 여러 AI에 물어 차이를 비교하기, AI가 제시한 답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같은 활동도 가능하다.

AI 자체를 신앙교육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을 훈련하는 교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AI보다 많이 아는 아이가 아니라, 분별하는 아이

AI와 성경지식 대결을 벌인다면 사람이 이기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AI는 순식간에 성경 66권을 검색하고 수많은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아이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다.

용서에 관한 성경구절을 찾아줄 수 있지만 자신을 상처 입힌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인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기도문을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누구의 아픔을 기억하고 무엇을 위해 기도할 것인지는 한 사람의 신앙에서 나온다.

그래서 AI 시대 주일학교의 목표는 ‘AI보다 성경을 많이 아는 아이’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답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 묻고, 성경을 직접 펼쳐 확인하며, 옳다고 믿는 것을 자신의 삶에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을 세우는 것.

아이들은 이미 AI 네이티브다.

이제 주일학교가 준비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계가 아니라 그 기계를 사용할 사람의 신앙과 분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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