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강도사·총대 확대 잇따라 무산…교단별 신학적 차이 넘어 사역의 지속성과 참여 구조를 묻다
한국교회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신앙교육과 전도, 선교, 봉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교회학교를 가르치고, 심방과 상담을 맡으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현장에도 여성 사역자들이 있다. 그러나 교회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사역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성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지난 9월 열린 주요 교단 정기총회는 이러한 현실을 다시 드러냈다.
여성 사역자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여러 교단에서 진행됐지만, 주요 제도 개선안은 잇따라 부결됐다. 반면 일부 교단에서는 여성 사역자를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여성 사역을 둘러싼 한국교회의 고민이 교단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과반의 찬성에도 넘지 못한 제도의 문턱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지난 9월 15일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제111회 총회에서 여성 강도사 관련 헌법개정안의 노회 수의 결과를 보고받고 부결을 선언했다.
찬성률은 54.5%였다. 과반이 찬성했지만 헌법개정에 필요한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여성에게 설교할 기회를 부여하느냐는 차원을 넘어 교단의 목사직 이해와 연결돼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여성의 강도사고시 응시 길을 열면서도 목사 자격을 남성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여성 안수를 요구하는 측은 이러한 구분이 여성 사역자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의 전통적인 신학적 입장에서는 목사직과 강도사 제도를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예장통합총회에서도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지난 9월 16일 열린 제111회 총회에서는 각 노회가 파송하는 총대 가운데 여성 1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찬성 492표, 반대 408표로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개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예장통합은 여성 목사 안수를 시행한 지 30년이 됐다. 그러나 올해 총회에 참석한 여성 목사 총대는 22명에 그쳤다. 여성 목회자의 존재와 교단 의사결정 참여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남아 있는 셈이다.
반면 예장합신총회는 노회별 여성 사역자 등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여성 전도사의 사역 현황을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이명과 교육, 교류 등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는 여성 사역자들이 교단 행정체계 안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등록과 관리가 실제 사역 기회 확대와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살펴야 할 과제다.
여성 안수와 여성 사역은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에서 여성 사역자의 지위 문제는 흔히 여성 목사 안수에 관한 찬반 논쟁으로 집중된다.
여성 안수를 인정하는 교단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과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여성 동역자들의 역할 등을 강조한다. 반면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은 디모데전서 2장과 교회의 직분에 관한 성경적 해석, 교단의 신학적 전통을 근거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행정적 결정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신학적 문제다.
그러나 여성 안수에 관한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여성 사역자의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논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사역자가 어떤 직무를 맡을 수 있는지, 사역의 지속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교단의 정책 논의에 현장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는 각 교단의 신학적 원칙 안에서도 검토할 수 있는 문제다.
교단이 여성의 사역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다면 사역자 개인의 헌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
교회는 여성의 헌신을 어떻게 평가해 왔는가
한국교회의 성장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초기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은 성경을 배우고 전하며 가정과 지역사회에 복음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교회학교와 여전도회, 해외선교와 사회봉사 역시 여성들의 참여와 헌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
오늘날에도 여성 사역자들은 교회교육과 상담, 돌봄, 선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헌신을 인정하는 것과 그에 합당한 사역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역자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거나 교회마다 처우와 권한이 크게 다르다면 장기적인 사역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특히 작은 교회에서는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역자의 헌신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는 여성 사역자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목회자와 교회 직원, 다양한 전문 사역자의 처우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여성 사역자의 경우 교단별 직분 제한과 참여 구조가 추가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는 선언보다 제도와 현장의 변화가 중요하다
여성 사역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교단이 동일한 신학적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 교단은 자신들이 인정하는 여성 사역의 범위 안에서 책임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우선 여성 사역자의 실제 규모와 담당 직무, 사역기간, 교육 및 처우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제도 개선을 논의한다면 현장의 필요보다 추상적인 주장만 반복될 수 있다.
둘째, 사역자의 교육과 재교육, 경력 인정, 사역지 이동과 관련한 행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사역자의 경험과 전문성이 교회를 옮길 때마다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교회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교단의 정책과 사역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현장 여성 사역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필요하다. 반드시 모든 교단이 같은 방식으로 총대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자의 헌법과 신학적 전통 안에서 자문기구와 위원회, 정책협의 등 실질적인 참여 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넷째, 여성 사역자의 처우와 사역환경을 교단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 사역의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소명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적절한 지원, 인격적인 존중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교회의 내일은 누구와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지난 총회에서 여성 사역 관련 안건이 잇따라 부결됐다는 사실은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신학적·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표결의 결과만으로 논의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예장합동에서 여성 강도사 제도에 과반이 찬성했고, 예장통합에서도 여성 총대 확대에 찬성한 표가 반대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교단 내부에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숫자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 속에서도 교회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역과 그 사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함께 살피는 것이다.
고령화와 목회자 수급 불균형, 교회학교 감소 등 한국교회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목회자와 장로, 남성과 여성, 장년과 청년이 각자의 은사와 책임을 다하며 협력해야 한다.
고린도전서 12장은 교회를 한 몸에 비유하면서 서로 다른 지체가 모두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교회가 다양한 은사를 가진 구성원들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오늘의 교회 운영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 사역자에 관한 신학적 판단은 교단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이미 맡기고 있는 사역에 대해 책임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까지 미룰 이유는 없다.
한국교회의 내일을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지도자를 얼마나 많이 선출했느냐만이 아니다. 이미 교회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은사와 헌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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