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성경 읽기와 말씀 중심의 신앙을 강조해 왔지만, 설교와 개인 성경공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성경을 해석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기독교학술원은 최근 열린 학술포럼을 통해 한국교회의 성경 읽기와 해석 문제를 짚었다.
자의적 영적 해석과 지나친 문자주의 사이
“본문의 역사·문법적 맥락과 성령의 조명 함께 살펴야”
성경을 많이 읽는 것과 성경을 바르게 읽는 것은 반드시 같은 말일까.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성경 읽기와 말씀 중심의 신앙을 강조해 왔지만, 설교와 개인 성경공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성경을 해석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기독교학술원은 최근 열린 학술포럼을 통해 한국교회의 성경 읽기와 해석 문제를 짚었다. 박정관 박사는 성경 본문의 역사적·문법적 맥락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해석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본문에 집어넣는 자의적 영적 해석과, 반대로 문자 자체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해석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내용은 10월 1일 공개됐다.
‘성경에 쓰여 있다’와 ‘성경이 말한다’는 다를 수 있다
성경의 한 문장을 떼어 읽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말했는지, 어떤 역사적 상황에서 기록됐는지, 앞뒤 문맥은 무엇인지, 성경 전체의 메시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경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행동이 기록돼 있다고 해서 성경이 그 행동을 반드시 명령하거나 승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성경에 무엇이 기록돼 있는가’와 ‘그 기록을 통해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편에는 이른바 ‘자의적 영해’의 위험이 있다.
본문의 문맥과 상관없이 특정 단어나 숫자, 지명 등에 임의의 영적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성경이 말하는 것보다 해석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앞설 수 있다.
설교자의 경험이나 간증이 성경 본문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본문의 의미를 결정해 버리는 순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AI 시대, 성경 해석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이 문제는 생성형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예장합동은 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AI 윤리 및 신앙 활용 가이드라인’을 공식 채택하면서 AI를 설교 자료 조사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말씀의 해석과 선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AI가 순식간에 성경 구절과 주석, 설교 자료를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보다 ‘그 정보가 성경 본문의 의미에 충실한가’를 분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셈이다.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새로운 해석 기법 하나가 아닐 수 있다.
본문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먼저 내려놓고 성경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를 묻는 태도, 그리고 한 구절을 전체 성경과 신앙공동체 안에서 책임 있게 읽으려는 자세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할수록 성경을 자기주장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자체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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