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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러시아와 결혼했다”… 33년의 선교, 귀국 일주일 앞두고 멈추다

“나는 러시아와 결혼했다”… 33년의 선교, 귀국 일주일 앞두고 멈추다
러시아에서 33년간 어린이 선교사역을 해온 박태연 선교사. 지난 1월 은퇴 귀국을 앞두고 체포돼 10월 8일 현지 법원에서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 사진 한국순교자의소리(VO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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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박태연 선교사, 어린이들과 함께한 삶… 러시아 법원 징역 5년 8개월 선고

복음신문 | 사람·선교 인물

1993년, 한 한국인 여성이 러시아로 향했다.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지,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 보내게 될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33년이 흘렀다. 청년기를 지나 노년의 문턱에 이른 박태연 선교사(70)는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한국행 항공권도 구입했다.

그러나 귀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월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10월 8일, 러시아 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그가 오랫동안 섬겨온 나라에서 맞이한 뜻밖의 노년이었다.

“나는 러시아와 결혼했다”

박 선교사의 삶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러시아와 결혼했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한국순교자의소리에 따르면 박 선교사는 1993년 러시아에 입국한 이후 현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돌보는 사역에 헌신했다. 33년간 러시아에 머물렀으며 범죄 전력도 없었다고 단체는 설명한다.

박 선교사의 사역에서 중심을 차지한 것은 어린이들이었다. 어린이전도협회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성경을 가르치고 신앙교육을 진행했다.

그에게 러시아는 잠시 머무는 선교지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삶의 터전이었고, 그곳 사람들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이웃이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목사는 박 선교사가 러시아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섬겨왔다고 평가했다.

은퇴를 앞둔 선교사에게 닥친 시련

박 선교사의 체포는 어린이 선교활동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조사와 맞물려 있다.

러시아 당국은 박 선교사에게 불법 이주 조직과 외국인 체류지 허위 등록 관련 혐의를 적용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어린이 신앙교육과 관련한 강압적 활동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국순교자의소리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며, 박 선교사에 대한 조치가 종교활동을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의 질문 상당 부분이 박 선교사의 종교적 신념과 활동에 집중됐다는 단체 측 설명도 나왔다.

10월 8일 하바롭스크 법원은 두 가지 이민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공동 피고인인 러시아 국적 여성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 선교사 측은 항소할 예정이다. 다만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서면 판결문을 통해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종교적 박해로 단정하거나 반대로 모든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확인할 사항이 남아 있다.

“그저 집에 가고 싶을 뿐”

지난 4월,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목사는 구금 중인 박 선교사의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매일 성경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선교사가 전한 짧은 말을 소개했다.

“그저 집에 가고 싶을 뿐.”

33년 동안 타국에서 살아온 선교사가 노년에 이르러 품은 소망이었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박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청원운동을 벌였다. 한국에서 4천 명 이상, 해외에서 1천 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 지난 4월에는 5천 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하고 한국 외교부와 유엔 관련 기구에도 사안을 알렸다.

박 선교사는 1심 선고 직후 재판 전 구치소로 이송됐으며,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의 33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선교의 역사는 흔히 교회가 몇 곳 세워졌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였는지로 기록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선교에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낯선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간이다.

박태연 선교사의 삶도 그러했다.

그가 러시아에서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더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1993년부터 33년간 그곳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삶이 일시적인 방문이나 단기적인 활동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박 선교사의 미래는 항소심 판단에 달려 있다. 그의 법적 권리는 보장돼야 하며, 고령의 수감자로서 건강과 인도적 처우 역시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러시아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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