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을 품어 내던 잎새들이 한잎 두잎 낙엽되어 떨어지는 가을이 오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계절이다. 생명력을 뽐내던 잎들이지만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순순히 제자리를 내려놓는다. 낙엽이 지는 순간 초라해 보이고 쓸모없이 보이지만 그것은 또 다른 생명 순환의 시작이다.
인생도 그렇다. 젊은 날에 우리는 무성한 나뭇잎처럼 혈기왕성하여 세상의 모든 것 다 움켜쥐고 오래 살려고 애쓴다. 고통도 참고, 슬픔도 이겨내면서 매달린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떨어져서 결국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얼마 전 우연히 페북에서 김훈 작가의 ‘필심을 바라보게 되니까’라는 글을 읽었다. 80 넘은 내가 80을 바라보는 이의 글을 공감하면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에게서 죽었다는 소식이다. 장사를 치르느라고 화장장에 갔었다. 관이 전기화로 속으로 들어가 50분이 지나자 흰 뼛가루가 되어 나온다. 입자가 고와서 먼지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가볍게 죽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돈 들이지 말고 죽자.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고 가자. 지저분한 것들을 남기지 말고, 빌려 온 것 있으면 다 갚고, 남은 것 있으면 다 주고 가자.
화장장에 다녀온 날 저녁마다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생각한다”라고 썼다. 그렇다. 죽음은 가볍고 삶의 짐은 무겁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매우 바쁘고 피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미래의 평안을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짐이 무거워 할 수만 있으면 도피하려고 한다.
몸 담고 있는 직장으로부터 심지어 가정으로부터도 벗어나 보려고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성경은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고 살으리라”(창 3:17)라고 말씀한다.
어차피 져야 하는 삶의 짐이라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우리도 언젠간 떨어질 인생이라면 낙엽처럼 가볍게 떨어지자. 미안한 사람에게는 용서를 구하고 고마운 사람에게는 감사 인사하고 “죄를 자백하면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깨끗게 하실 주님께 회개하고 모든 짐 내려놓고 가자”
낙엽은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은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 우리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남긴 친절한 말 한 마디와 복음을 전하는 권면과 사랑의 작은 실천이 누군가의 삶의 거름이 되어 새 생명이 돋아나기도 한다.
우리는 은혜로 태어나서 은혜로 생을 마친다. 귀한 열매를 맺고 떨어져 사람의 발에 밟혀, 바스락 소리를 내는 마른 잎들의 신음 소리에서 낙엽된 나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낙엽에서 하나님이 내게 향하신 음성을 듣는 가을이 되기를 소망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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