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한국축구 국가대표팀과 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 간의 A매치 친선경기가 있었다. 양 팀은 치열한 공수공방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장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실력 발휘를 하며 승리를 위해 뛰었던 양 팀은 경기 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 감동을 자아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주장 손흥민(LAFC)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려 할 때 베네수엘라 주장 린콘이 손흥민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부탁의 말을 했다. 그 부탁은 손 선수의 친필사인이 새겨진 유니폼을 한 벌 달라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유니폼을 서로 맞교환 하는 경우는 있지만, 상대팀 선수에게 사인까지 부탁하며 유니폼을 달라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그 부탁에 손흥민은 “어떤 명목으로 요구하는 것입니까?”라고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린콘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 선수의 유니폼은 우리가 귀국하는 즉시 경매시장에 내놓을 겁니다. 그리고 그 금액은 얼마가 됐든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고국의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과 생필품 구입에 사용할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답변을 들은 손흥민은 “아이들은 몇 명입니까? 아, 부탁하신 유니폼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5천만 원 정도 후원할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린콘은 “다른 것을 부탁드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유니폼 한 벌만 있으면 됩니다.”라고 하자, 손흥민은 “알고 있습니다. 이 결정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손흥민이 라커룸으로 들어갔을 때 이강인 선수가(AT마드리드)가 물었는데, 그의 사정을 들은 이강인은 “형 그렇다면 저도 지원할게요”라고 했고, 옆에 있던 김민재 선수(바이에르뮌헨)도 “저도 지원할게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같이 후원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러자 국가대표 선수 거의 모두가 ‘이름을 밝히지 말라, 함께 하겠다’라며 손흥민이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동참해 10여 분 만에 1억 원을 모아 경로를 통해 후원하기로 결정했고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진심어린 동참의 결과를 린콘 주장에게 전하자 그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큰 금액이기 때문에 감동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유니폼 한 벌만 부탁했는데 한국 선수들이 정성을 모아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고국의 아이들 앞날을 위해 쓰겠다는 베네수엘라 주장의 유니폼 한 벌의 작은 부탁이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어냈다.
선행은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진심이 담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선행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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