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문제의 해법과 한국이 세워야 할 장기전략 과제 … 하나님 가르치신 원칙에 입각해야(잠 21:31, 시 20:7, 마 5:9)
<지난호에 이어> 한반도의 안보 위험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당사자로서 협의와 조정의 제도적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협상력을 결정하는 더 근본적인 요소는 독자적 방위능력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협상은 권한의 이전만을 요구하는 협상이 아니라 한국의 방위 책임 확대와 미국의 안보 공약을 상호 조정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때가 됐다”고 밀어 붙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군사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환 시기만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 전환의 실질적 능력과 동맹의 억제력을 훼손하지 않는 전제가 필수다.
그렇다면 무엇이 준비돼야 전환할 수 있는가.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대응능력,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있다. 이 조건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한국군이 미국보다 우수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한국군이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주도하면서도 현재의 연합방위 수준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군은 독자적인 정보수집과 전장 상황 판단, 통합작전 지휘, 미사일 방어, 사이버 대응, 군수지원과 전시 지속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핵전력과 전략정보, 증원전력을 한국군 중심의 연합작전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능력은 단계적 평가와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 특히 북한이 제한적 도발과 핵 위협을 동시에 가하는 상황, 미국의 다른 지역 군사위기가 겹치는 상황 등 복합적인 위기에서도 지휘체계가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 전환에 있어 경계할 것은 두 가지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군사적 조건을 완화하는 일과, 안보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전환을 무기한 연기하는 일이다. 전환의 기준은 현재의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의 검증이어야 한다.
한국은 어떤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전작권 문제의 해법은 전환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선택에만 있지 않다. 국가안보의 구조를 장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한미 양국은 전환 조건과 평가 절차를 명확히 하고, 부족한 군사능력을 보완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그 근거와 범위도 공동으로 합의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전작권 전환과 관계없이 필요한 독자적 방위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찰위성과 무인체계, 통합지휘통제, 미사일 방어, 전시 군수지원 능력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
특히 첨단무기 도입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전쟁을 장기간 수행할 수 있는 병참과 지휘능력, 숙련된 군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셋째, 미국의 확장억제를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과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작동할 수 있는 위기협의 및 공동계획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전작권 전환을 연계해 검토하되 두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한국군의 연합작전 지휘능력은 독립적으로 검증하면서, 미군의 역외 운용과 한반도 방위전력 유지 문제는 별도의 전략협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다섯째, 전작권 전환을 초당적 국가안보 과제로 관리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과 중단을 반복한다면 군사적 준비와 동맹의 신뢰 모두 약화될 수 있다. 국회와 정부, 군과 안보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국방계획과 재정적 부담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국민에게 전환의 의미와 준비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적 억제력 강화와 외교적 긴장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고한 대응태세는 필요하지만,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소통과 위기관리 장치도 중요하다. 강력한 방위능력을 갖추는 목적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준비가 축적될 때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보체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경은 국가의 힘과 평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전작권 전환은 현대 국가의 군사적·정치적 문제이므로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성경은 국가가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무엇을 궁극적인 가치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해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예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잠21:31)”
전쟁에 대비하는 인간의 책임과 준비, 그 결과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주권을 함께 강조한다. 국가가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 대비를 갖추는 것은 필요한 책임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권력이 악을 억제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지킬 책임을 갖고 있음을 가르치는(롬 13:4) 말씀의 원칙에서 보면 국가의 군사력은 권력자의 명예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공적 책임의 수단이어야 한다.
또한 성경은 병거와 말을 의지하는 인간의 인본주의적 태도를 경계한다. :어떤 사람은 병거,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시 20:7): 국가안보를 군사력이나 동맹에만 의존하는 태도 역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중요한 안보체제이지만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자주국방 역시 국가적 자존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즉, 두 가지 모두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돼야 한다.
예수께서는 궁극적인 목적을 평화로 설정하셨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성경이 가르치는 평화는 침략의 위험을 외면하거나 불의 앞에서 무조건 물러서는 태도와 같지 않다. 동시에 군사적 우월성만으로 정의로운 평화가 완성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기독교 전통 안에서도 정당한 방어를 강조하는 입장과 비폭력적 평화 실천을 강조하는 입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생명의 존엄과 전쟁의 비극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은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가치다.
한국교회가 국가안보 문제에 기여하는 길은 특정 정파의 주장을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는지, 군사적 힘을 절제하며 평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 데 있다.
성경은 국가에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일깨우면서도 군사적 힘을 절대화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전작권 전환의 최종적인 판단 기준 역시 국가적 자존심이나 군사적 우월성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한반도의 평화여야 한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동맹 없이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바탕으로 동맹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강한 군대를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힘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전작권 전환을 통해 완성해야 할 것은 지휘권의 이전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자율성, 동맹의 신뢰가 함께 강화되는 성숙한 안보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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