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다음세대의 위기는 단순한 출석 인원의 감소만이 아니다. 교회에 남아 있는 청년들 가운데서도 신앙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공동체와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몸은 예배당에, 마음은 교회 밖에
교회를 떠나지 않은 청년들이 먼저 신앙을 떠나고 있다
교회 이탈 고민 청년 절반 이상, 공동체의 폐쇄적 관계문화 지적… 출석보다 중요한 것은 소속감과 신앙의 자발성
주일이면 어김없이 예배당을 찾는다. 찬양을 부르고 설교를 듣고 예배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간다. 교회 출석부에는 이름이 남아 있지만, 정작 마음속에서는 교회를 떠날 준비가 시작되고 있을 수 있다.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다음세대의 위기는 단순한 출석 인원의 감소만이 아니다. 교회에 남아 있는 청년들 가운데서도 신앙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공동체와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를 떠날 생각, 이미 예배당 안에서 시작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정책연구소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5년 발표한 ‘교회 이탈 청년 조사’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조사는 최근 5년 이내 교회를 떠난 미혼 청년과 아직 출석하고 있지만 이탈 의향이 있는 미혼 청년 등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청년의 63%는 모태신앙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이 성인이 된 뒤에도 자발적인 신앙생활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교회 이탈을 고민한 청년들에게는 신앙적 회의감뿐 아니라 휴식의 필요성, 취업과 학업의 부담, 교회 안의 관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소그룹은 있지만 마음을 나눌 곳은 없다
더 주목할 부분은 교회 안에서 맺는 관계의 질이다.
같은 조사에서 신앙 소그룹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 교회 출석 청년 64%였지만, 이미 교회를 떠난 청년은 27%, 이탈 의향이 있는 청년은 16%에 그쳤다.
교인 간 관계에서 교회 이탈을 고민하게 한 이유로는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두드러졌다. 이미 이탈한 청년의 44%, 이탈 의향 청년의 51%가 이를 이유로 꼽았다.
교회에 모임이 많다는 사실과 청년들이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다르다. 오랫동안 형성된 친분 관계가 새로운 사람에게는 쉽게 넘지 못할 벽이 될 수 있다.
청년부가 활발하게 운영되더라도 일부에게만 편안한 공동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외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앙을 가르치기 전에 질문을 들어야 한다
교회 이탈은 단순히 인간관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2025년 발표된 이은미 서울신학대학교 연구자의 논문 ‘기독청년의 교회 내 신앙적 갈등과 관계적 소외 해결을 위한 교회의 역할’은 일방적인 교리교육, 세대 간 신앙관 차이, 과도한 봉사 요구, 권위적인 의사소통 등이 청년들에게 갈등과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청년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세대 간 소통과 멘토링을 활성화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교회는 신앙의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가르침이 일방적인 전달에 그치면 청년들은 자신이 품은 의문을 드러내기 어려워진다.
성경을 믿는다는 것은 질문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통해 믿음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회가 정답을 제시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청년들이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 듣는 일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
교회가 붙잡아야 할 것은 출석 숫자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교회를 떠난 청년들이 이탈을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교회를 떠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1년이었다. 그 가운데 57%는 1년 이내에 교회를 떠났다.
이는 청년의 이탈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사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만 교회가 이 기간을 청년을 관리하거나 출석을 독려하는 시간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싶다고 말할 때 필요한 것은 질책보다 그 이유를 진지하게 듣는 태도일 수 있다.
학업과 취업, 직장생활로 지친 청년에게 더 많은 봉사를 요구하기보다 충분한 쉼과 의미 있는 관계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구성원 중심의 모임을 돌아보고, 새로운 사람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청년을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인력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존중받아야 할 신앙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
다음세대가 교회에 남을 이유
교회가 다음세대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왜 교회에 나오지 않느냐’만이 아니다.
‘교회에 나오는 동안 무엇을 경험했는가’, ‘이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고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출석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표현이지만, 출석 자체가 신앙의 전부는 아니다. 교회 안에 몸이 머물러 있는 동안 마음까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인 과제다.
다음세대를 교회에 남게 하는 힘은 출석을 강요하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이 이곳에서 진정으로 환영받고, 이해받고, 믿음을 키워갈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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