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힘이 있을 때는 자신의 힘을 믿지만, 정말 어려운 일을 만나면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게 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고, 경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믿음이다.
마태복음 8장에 나오는 백부장은 로마 군대의 장교였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로마 군인은 편안한 존재가 아니었다. 로마는 유대 땅을 지배하고 있었고, 백부장은 그 지배를 상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백부장이 예수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하인이 있었다. 그 하인이 중풍병으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었다. 자신의 힘과 지위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인을 고쳐 주실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다.
그런데 그의 믿음은 조금 특별했다. 백부장은 예수님께 자기 집까지 오시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주여,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하지 못하겠사오니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참 놀라운 믿음이다. 그는 예수님이 직접 하인에게 가셔야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말씀만 하셔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백부장은 군인이었기 때문에 권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도 윗사람에게 명령을 받으면 움직이고, 자신의 명령을 받은 군사들도 움직였다. 명령하는 사람이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명령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권위를 주님께서 말씀하시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백부장의 믿음이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 “하나님께서 직접 만져 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 “내가 특별한 체험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의 눈앞에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서만 일하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서도 일하신다. 내가 자녀 곁에 없을 때에도, 내가 부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부모를 돌보실 수 있다. 내가 직접 만질 수 없는 상처도 하나님은 만지실 수 있다. 그래서 기도에는 거리가 없다.
백부장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아직 하인이 나았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믿음이 필요하다. 기도하고 나서도 계속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께 맡겼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내가 붙잡는다. 믿음은 기도한 후에도 문제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믿음은 걱정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백부장의 믿음이고,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이다.
하나님께 문제를 맡긴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결과를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하나님께서 일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고 하나님께서 떠나신 것도 아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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