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 70개국 기독교 지도자 대상 디지털 선교 보고서 발표…85%가 중요성 증가 인정, 전략과 인력은 여전히 부족
교회는 이미 디지털 공간에 들어와 있다. 예배는 생중계되고 설교는 영상으로 공유되며, 성경과 신앙 콘텐츠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기독교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실제로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앙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세계 복음주의 선교 네트워크인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이 2026년 10월 발표한 '글로벌 보이스: 디지털 선교(Global Voices: Digital Missions)' 보고서는 바로 이 간극에 주목했다.
70개국 기독교 지도자들의 응답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85%가 디지털 선교의 중요성이 5년 전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90%가량은 디지털 선교사를 교회 안에서 중요한 역할로 인정했으며, 80%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전도와 선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실제 선교 전략과 투자로 이어지는 정도는 제한적이었다.
온라인 활동은 활발하지만 선교 대상은 기존 신자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교회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이다.
응답 지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가 디지털 플랫폼을 기존 사역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배 중계, 교회 소식 전달, 설교 영상 배포, 행사 홍보가 대표적이다.
반면 디지털 활동의 주된 목적이 기존 교회 공동체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답한 지도자는 약 4분의 1에 그쳤다.
디지털 선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활동의 상당 부분이 새로운 선교 대상자를 만나는 일보다 기존 신자들과의 소통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로잔운동은 온라인에 기독교 콘텐츠가 존재하는 것 자체와 선교적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교 영상의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신앙인이 생겨났다고 볼 수 없으며, 구독자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제자훈련의 성과를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사역 가운데 약 4분의 1은 디지털 활동의 성과를 판단할 명확한 지표가 없었다. 제자훈련의 구체적인 진전 단계를 성과 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는 10% 미만이었다.
선교 전략이 있는 조직은 무엇이 달랐나
디지털 선교를 독립적인 사역으로 인식하고 주요 전략을 수립한 조직은 전체의 약 30%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략을 갖춘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주요 디지털 선교 전략을 가진 조직에서는 약 40%가 기존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반면 별도의 전략이 없는 조직에서는 그 비율이 약 10% 수준이었다.
이는 전략의 존재와 선교 대상의 확장 사이에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차이가 전략 자체의 효과 때문인지, 조직의 인력과 재정 등 다른 조건에 따른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장애물로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 부족이 꼽혔다. 재정 부족도 주요 문제였다. 조사 대상 사역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디지털 선교를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디지털 선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사역을 설계하고 운영할 전문인력과 조직적 기반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셈이다.
AI 시대에도 선교의 중심은 사람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았다.
응답자의 80%는 AI가 향후 전도와 선교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활용은 콘텐츠 제작과 번역 등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조사 대상 사역의 거의 절반은 아직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자들이 우려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인간적 관계의 약화였다. 거의 절반이 디지털 선교의 주요 위험 가운데 하나로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과 돌봄이 줄어드는 문제를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신앙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을 누가 만나고, 질문에 누가 응답하며, 어떻게 교회 공동체와 연결할 것인가.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후속 과정이다.
이는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교회는 온라인 예배와 설교 영상, 모바일 성경,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를 얼마나 생산하고 전달하는가와 그 콘텐츠가 새로운 신앙적 만남으로 이어지는가를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회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 신앙에 관심은 있지만 교회 공동체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이주민들에게 디지털 공간은 새로운 접촉점이 될 수 있다.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는 분명하다. 디지털 기술이 복음을 전달하는 거리를 단축시켰다면, 이제 교회는 그 복음을 접한 사람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디지털 선교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아니라, 화면 너머에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신앙의 여정을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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