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60년 10월 1일 · 주간(매주 주일 발행)“성경으로 과거를 해명한다! 성경으로 현실을 인도한다! 성경으로 미래를 예언한다!”국내 최초 기독교 종합 언론
기사 목록

아브라함과 ‘막벨라 굴’

이 기사 공유

Q. 아브라함은 왜 약속의 땅, 막벨라 굴을 돈 주고 샀는가?

A. 창세기 23장에서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서 헤브론에 위치한 ‘막벨라 굴’과 그 주변의 밭을 은 400세겔이라는 거금을 주고 정식으로 매입합니다. 헤브론을 포함한 가나안 온 땅은 이미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주시겠다고 수차례 약속하신 땅이지만 굳이 매입한 이 사건 속에는 아브라함의 깊은 신앙적 통찰과 당대의 역사적·법적 정황, 그리고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약속’과 ‘현재 눈앞에 놓인 현실’ 사이의 시차입니다. 창 23:4에서 아브라함은 가나안 족속들 사이에서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였습니다. 그 땅이 아브라함에게는 약속의 땅이었지만, 현실의 소유권은 본토인들에게 있었습니다. 만약 하나님의 약속을 빙자하여 무단점유하거나, 헷 족속의 호의를 믿고 발렸다면, 그것은 무단점유입니다.

그러나 매입한 막벨라 굴 일대는 단순히 매장지가 아니라 아브라함 가문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가지게 된 ‘최초의 합법적 영토’였습니다.

이 매매는 아브라함이 후손들에게 “너희가 비록 기근이나 다른 이유로 이 땅을 떠나거나 애굽으로 내려갈지라도, 너희의 진짜 고향과 뿌리는 바로 이곳 헤브론이다”는 사실을 상징적이고 실제적으로 각인시키는 행위였습니다.

아브라함과 헷 족속 사람 에브론 사이의 거래를 세밀히 관찰해보면, 성읍 문에 모여 진행하던 고대 거래 방식의 치밀한 법적 밀고 당기기가 드러납니다. 에브론은 겉으로는 아브라함에게 “굴뿐만 아니라 밭까지 그냥 공짜로 드리겠다”고 호의를 베푸는 척하지만(창 23:11) 이는 당시 문화에서 정중하게 값을 부르는 일종의 수사학적 예의에 불과했습니다. 이어서 에브론은 “그 땅값은 은 400세겔이지만, 당신과 나 사이에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라며 구체적인 액수를 은근히 제시합니다.

당시 은 400세겔은 연구에 따르면, 당대 노동자의 일년 평균 임금이 은 6~10세겔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매장지 하나를 사기에는 바가지 가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흥정도 하지 않고, 은 400세겔을 상인이 통용하는 은으로 정확히 달아 지불했습니다. 그 이유는 뒷말의 여지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짜로 받거나 싼값에 샀다면, 향후 헷 족속의 후손들이 “당시 우리 조상이 호의로 잠시 빌려준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또 완전한 매매 계약의 성립입니다.

당시 헷 족속의 법에는, 매장지만 사면 밭 전체에 대한 세금과 의무가 원주인에게 남지만, 밭과 그 안 나무 전체를 매입하면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굴뿐만 아니라 밭과 주변 나무까지 포함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누구도 번복할 수 없는 영구적 소유권을 획득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땅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을 확신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공짜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는 헷 족속보다 더 정직하고, 더 합법적으로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즉, 아브라함의 막벨라 굴 매입은 하나님의 약속을 눈에 보이는 ‘현실’과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신앙적 응답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손에 법적 소유로 쥐어진 땅은 헤브론의 밭 한 뙈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 막벨라 굴을 통해 장차 이 땅 전체를 자기 후손들에게 주실 하나님의 거대한 약속의 성취를 보았습니다. 결국 아브라함이 헤브론 땅을 돈 주고 산 행위는 하나님의 약속을 소홀히 여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약속을 너무나 확실히 믿었기에 그 약속의 씨앗을 역사라는 땅속에 심기 위해 지불한 거룩한 투자이자 신앙고백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오늘 우리가 세상과 흥정하는 방법이며, 세상이 알지 못하는 비밀한 세계를 심고 확장해 가는 우리만의 능력이라 할 것입니다.

READER RESPONSE

독자 반응

공감은 로그인 없이도 같은 네트워크에서 한 번만 남길 수 있고, 댓글은 로그인한 회원이 작성합니다. 원본 IP는 저장하지 않습니다. 타인 비방·광고·허위정보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 0로그인하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