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개 사건 진상규명 추진…국민의힘은 대통령 재판 개입 우려, 법조계도 형사소송법과의 연계 문제 제기. 이번 논란은 특검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입법권과 수사권이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이 11월 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여야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등 국가기관의 조작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논란을 빚었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했음에도 법조계에서는 기존 형사소송법과 특검법의 다른 조항을 통해 공소취소 또는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특검의 필요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입법권과 수사권이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공소취소 조항은 삭제됐지만…기존 법률과의 관계가 쟁점
민주당은 지난 4월 발의한 특검법에서 특별검사가 기존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기존 사건에 대한 이첩 요구권도 수정안에서 제외했다. 민주당은 11월 3일 수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5일 본회의 상정까지 입법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소취소 관련 문구를 삭제한 것만으로 논란이 해소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기도 전문위원은 특검법 검토보고서에서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권한을 특별검사에게 준용하는 규정에 주목했다. 형사소송법 제255조에 따라 특검에게도 공소취소 권한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 전문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가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사법적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해당 권한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은 수정안에도 남아 있다. 공소취소권을 직접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다는 민주당의 설명과 별개로, 다른 법률을 통한 권한 인정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앞서 개정돼 10월 2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27조도 논쟁의 대상이다. 이 조항은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이 기존 수사·기소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를 확인한다면 그 결과가 재판에서 공소기각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 법조계 일각이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충분한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 배경이다.
다만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은 법적으로 다르다. 공소취소는 검사가 공소를 철회하는 것이고, 공소기각은 법원이 법정 사유에 따라 판단한다. 특검이 위법수사 의혹을 확인했다고 해서 기존 공소가 자동으로 취소되거나 기각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적 효과는 특검의 권한 범위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민주당 "조작수사 진상규명"…국민의힘 "대통령 재판에 영향"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이 수사·기소·감사 권한을 남용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거의 위조·변조, 유리한 증거의 은닉, 강압수사와 진술 회유 등 구체적인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공소취소권을 삭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검찰의 증거 왜곡과 강압수사 의혹을 조사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특정인만을 위한 특검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들도 수사 대상에 추가했다.
수정안에 포함된 12개 수사 대상에는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교사, 경기도 법인카드 관련 사건 등 이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들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관련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사드 기밀 유출 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이 주요 조사 대상이라는 점과 대통령이 특검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4일 법사위에서 피고인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수사를 담당할 특검을 임명하는 구조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안 철회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5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6일 오후 토론 종결과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 차이는 조작수사 의혹의 진상규명 필요성뿐 아니라, 특검이 기존 재판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법원·법무부도 법안의 구체적인 문제 지적
논란은 여야의 정치적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11월 5일 공개된 국회 법사위 심사 자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특검 수사 대상을 규정한 법안의 일부 표현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 대표를 제거할 목적 등으로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취지의 규정에서 '제거 등'의 의미와 검찰 인력 동원의 기간·규모를 판단할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법무부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이 대통령이 포함될 수 있는지에 관한 질의에 법률 문언상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특검이 누구를 조사할 수 있는지, 어떤 행위가 수사 대상이 되는지, 기존 사건의 당사자들이 어떤 법적 지위에 놓이는지를 법안만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의 직권남용 문제는 기존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특검 조직은 최대 309명, 수사기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장 200일로 규정됐다. 후보자는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이 각각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대규모 수사권을 부여하는 만큼 수사 대상의 명확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의혹 규명과 재판의 독립성은 함께 지켜져야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강압수사를 통해 기소했다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주의의 요구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위법 여부를 규명하는 절차가 특정 사건의 공소취소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됐는지에 대해서도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입법을 추진하는 정치세력과 조사 대상 사건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경우에는 특검의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법안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한 뒤에도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으로 같은 권한이 인정될 수 있는지, 개정된 공소기각 규정과 특검 수사 결과가 기존 재판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과 수사 대상의 관계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장치가 충분한지다.
이 문제들은 정치적 구호보다 법률 조문과 실제 적용 가능성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공의, 권력자에게도 예외가 없어야
성경은 재판의 공정성과 권력의 책임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출애굽기 23장 2~3절은 다수를 따라 정의를 왜곡하거나 특정인의 처지를 이유로 재판에서 편들지 말 것을 경계한다. 신명기 16장 19절은 재판을 굽게 하지 말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말씀은 수사기관뿐 아니라 입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수사권을 남용했다면 그 행위는 밝혀져야 하며, 정치권력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형사사법 절차를 변경하거나 이용하는 일 역시 경계해야 한다.
성경적 정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에게도,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번 특검법 논란에서 기독교적 관점이 제시할 수 있는 분명한 원칙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과 법원의 독립적인 판단, 법 앞의 평등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특검법의 권한과 수사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기존 형사소송법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효과를 충분히 공개·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재판 개입을 우려하는 측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신뢰는 어느 한쪽의 승리로 회복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잘못도 감추지 않고 권력자의 특혜도 허용하지 않는 공정한 절차에서 회복될 수 있다.
성경이 말하는 공의는 권력의 편에 서는 정의도, 권력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는 정의도 아니다. 모든 권력을 같은 기준 아래 두는 정의다. 그것이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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