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11월 12일 제14회 농도한마당 개최…친환경 김치 10톤 이웃에게 전달 예정 한때 김장 봉사자였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제는 사랑을 받는 자리에서 다시 희망을 말하다
농촌교회 성도들이 정성껏 기른 배추가 도시교회 성도들의 손길을 거쳐 어려운 이웃의 겨울 밥상에 오른다. 농촌과 도시,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농도한마당'이 올해도 이어진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21일 서울 종교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 12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감리회 본부에서 제14회 농도한마당 친환경 김장나눔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농촌교회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배추를 도시교회와 기관들이 구매해 김장을 담글 예정이다. 준비 규모는 절임배추 7,000kg과 양념 3,000kg 등 총 10톤으로, 김장김치 약 1,200상자를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독거노인 가정, 노숙인 지원시설, 장애인 돌봄시설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나눔에는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도 포함된다.
김치를 나누던 사람이 김치를 받는 사람이 되다
이번 농도한마당에서 특별히 마음을 울리는 사연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가운데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농도한마당에 참여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눌 김치를 담그던 감리교 성도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에는 자신이 김치를 전달받는 입장이 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김지애 목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이 유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해당 유가족은 다른 사람을 위해 김치를 나누던 자리에서 직접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이 사역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또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다시 농도한마당 김장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누군가를 돕던 사람이 어느 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눔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일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관계다.
이 유가족의 이야기는 농도한마당이 단순한 김장 행사를 넘어 서로의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실천임을 보여준다.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김치 한 상자
감리회는 2년 전부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김지애 목사는 참사 발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유가족들이 깊은 고통을 다시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도착한 김치 한 상자가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김장김치는 일상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일상의 평범함마저 무너진 사람들에게 누군가 자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농도한마당의 김치는 말없이 건네는 위로이자, 아픔을 겪는 이웃과 계속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되고 있다.
농촌의 땀과 도시의 손길이 만나다
농도한마당의 또 다른 의미는 농촌교회와 도시교회의 협력이다.
농촌교회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교회는 이를 구매해 김장을 담근다. 농촌의 생산과 도시의 소비, 교회의 봉사와 지역사회의 돌봄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감리회 선교국 총무 황병배 목사는 이번 행사의 핵심 가치를 '연결'이라고 설명했다.
농촌과 도시가 서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며, 친환경 농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고, 김장나눔을 통해 교회와 세상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는 농촌교회를 단순히 도시교회의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로 존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농촌교회 성도들이 기른 배추는 도시교회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고, 그 결과는 다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식탁으로 이어진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겨울 선물
농도한마당은 독거노인들에게도 꾸준히 김치를 전달해 왔다.
행사 초기부터 참여한 종교교회 이준주 장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김치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5kg 김치 한 상자는 크지 않은 선물일 수 있다. 그러나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에게는 겨울 식탁을 든든하게 하는 반찬이자 자신을 기억하는 이웃이 있다는 증거다.
김치를 전달하는 교회 봉사자들에게도 나눔은 중요한 신앙의 실천이 되고 있다.
나누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교회
농도한마당은 올해로 14회를 맞는다.
농촌의 농산물을 도시교회가 구매하고, 봉사자들이 함께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이 담긴다.
그 과정에서 나눔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오늘 김치를 나누는 사람이 내일은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될 수 있고,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회복한 뒤 다시 누군가의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전한 이야기는 바로 그 사실을 일깨운다.
오는 11월 12일 담가질 김치 1,200상자는 단순한 겨울 반찬이 아니다. 농촌과 도시, 교회와 이웃, 기쁨과 아픔을 함께 연결하는 사랑의 선물이다.
한 포기의 배추가 김치가 되고, 김치 한 상자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농도한마당이 14년 동안 이어온 나눔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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