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세인트앤드루교회, 6년째 식료품 나눔…매주 주민 50명에게 먹거리와 생활 상담 제공
영국 리버풀의 한 교회가 매주 수요일이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은 식료품 가게로 변한다.
주민들은 5파운드의 회비를 내고 약 25파운드 상당의 식료품을 가져간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유제품, 육류 등 가정의 식탁에 필요한 먹거리들이다.
영국 성공회는 10월 28일 리버풀 클럽무어 지역 세인트앤드루교회(St Andrew's Church)의 식료품 나눔 사역을 소개했다.
이 교회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팬트리(Community Pantry)'는 약 6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해 왔다. 현재 매주 약 50명의 회원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식료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반적인 구호사업과는 운영 방식이 조금 다르다.
주민들은 정해진 회비를 내고 필요한 식료품을 선택한다. 적은 비용으로 가계 부담을 줄이면서도 스스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용 대상도 특정 계층에 한정되지 않는다. 연금생활자,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 직장에 다니면서도 생활비 부담을 겪는 주민, 복지급여를 받는 사람 등 다양한 이웃이 참여한다.
식료품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공간
교회가 제공하는 것은 먹거리만이 아니다.
팬트리를 찾는 주민들은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경우 부채 상담이나 주거 지원기관과 연결되는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식료품을 구입하는 공간이 지역 주민들의 관계를 회복하고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팬트리 운영자인 캐럴 탕(Carol Tang)은 이 사역이 지역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민들에게는 경제적 도움뿐 아니라 매주 교회를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이용자는 이곳에서 받은 식료품으로 가족의 일요일 식사를 준비하고 직접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고 전했다.
작은 결제 방식의 변화도 이웃을 위한 배려
최근 교회는 현금 없이도 이용료와 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비접촉식 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한 기술 도입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의 효과는 구체적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주민들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팬트리 이용자인 트레이시는 고령자들이 오래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카드 결제 방식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이 결제 장비를 식료품 나눔뿐 아니라 예배와 세례식, 장례식, 결혼식 등에서도 후원금을 받는 데 활용하고 있다.
리버풀 교구의 디지털 기부 담당자인 루시아 밀러는 비접촉식 기부가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지역사회 사역에 손쉽게 참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공간이 지역의 생활 기반으로
세인트앤드루교회의 사례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교회 건물과 자원봉사 인력, 지역 주민들의 후원이 결합하면서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지원 체계가 만들어졌다.
이 사역의 특징은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간을 형성했다는 데 있다.
영국의 식료품 가격과 생활비 부담 속에서 작은 회비로 장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주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교회 입장에서도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통로가 된다.
한국교회에서도 무료급식과 푸드뱅크, 저렴한 바자회, 반찬 나눔, 지역 돌봄 등 다양한 이웃 섬김이 이뤄지고 있다. 세인트앤드루교회의 사례는 이러한 활동에 주민 참여형 식료품 나눔과 생활 상담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리버풀의 한 교회가 매주 수요일 교회 문을 열고 이웃의 식탁을 채우는 일. 그 소박한 실천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교회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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